[제조AI 이끄는 산업도시 울산 기업]선박 건조 전공정 디지털화 ‘초격차 스마트 조선소’ 속도
2026-02-05 서정혜 기자
HD현대중공업의 ‘미래형 조선소’는 설계부터 생산, 시운전, 인도까지 선박 건조 전 과정이 데이터로 연결된 AI 기반 조선소다. 로봇·AI·빅데이터를 생산 전 단계에 적용해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위험 작업을 줄여 더 안전한 조선소로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HD현대중공업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마무리했고, 2026년까지 2단계 ‘연결·예측 가능한 조선소’, 2030년까지 3단계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조선소 현장에서는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가 구현된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드의 실제 상황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기는 ‘트윈포스’가 대표적이다.
IoT 센서, GPS, 드론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블록 적치 상황과 장비 위치, 작업 진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디지털 공간에서 동일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지게차와 고소차, 크레인 등 주요 장비에 센서를 달아 위치와 작업 상태를 데이터로 파악하고, 자재·블록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야드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어느 곳에서든 야드의 현재 작업 흐름과 병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2단계는 ‘연결·예측 가능한 조선소’는 공정별로 흩어진 디지털 데이터를 연결하고 분석해 설계와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연결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일정·인력·장비 투입을 조정하고, 자동화 로봇과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생산, 설계, 자원 운영을 최적화하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예측 제어’가 가능해진다. 생산량 증대에 맞춰 야드 운영계획을 세우고 최적 운영안을 찾는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자재가 필요할 때 적기에 조달되도록 공정을 역산하고, 불필요한 선투입을 줄일 수 있다.
또 선박 한 척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꺼운 강판을 절단·가공해 붙여 블록을 만들고, 이를 이어 만드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용접은 난이도가 높고 숙련 인력 의존도가 크다. HD현대중공업은 생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자동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용접 공정의 자동화를 확대해 현재 약 70%(내업 기준) 수준까지 높였고, 곡선 구간이나 작업 공간이 좁은 곳, 오버헤드(상향) 용접처럼 로봇이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은 여전히 숙련 작업자가 맡고 있다.
실제 야드 판넬공장에서는 평판을 붙이는 작업에 용접 ‘판넬슬릿로봇’이 투입돼 운용 중이었다. 작업장에 로봇을 호이스트로 내려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대를 운용하는 방식인데, 한 명이 4대 정도를 관리하면 동일 시간에 처리하는 물량이 늘어 작업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스템에 저장된 도면 정보를 바탕으로 오퍼레이터가 용접선 등 작업 환경을 설정하면, 로봇이 자동으로 용접 작업을 하고, 오퍼레이터는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여러 대의 로봇을 관리할 수 있다.
현장 한편에서는 ‘용접협동로봇’도 가동 중이었다. 무게 15㎏가량인 용접협동로봇은 작업자가 용접할 위치에 놓으면 로봇 팔이 각도를 조정해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용접을 한다. 협동로봇을 비롯해 용접로봇을 활용하면 중상급 이상의 용접 품질을 확보할 수 있고, 신규 수주로 용접 물량이 크게 늘어날 때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로봇을 가상환경에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자동화 범위를 더 넓히기 위한 검토도 진행 중이다.
AI는 생산 현장뿐만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도 역할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절단부재 네스팅(nesting) 최적화’를 꼽을 수 있다. 도면에서 부재를 작은 단위로 분리한 뒤 강판 위에 얼마나 촘촘하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절단면과 잔재가 달라지고, 이는 곧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HD현대중공업은 강화학습 기반 알고리즘을 적용해 사람이 하던 일을 자동화하고, 형상 안에서 최적 배치를 찾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선체 피로수명 예측에도 AI가 적용된다. 선박은 통상 20여년의 운항을 견딜 강도가 필요한데, 잔잔한 파도와 같이 작지만 누적되는 힘인 ‘피로 하중’까지 정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피로 하중을 해석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데, HD현대중공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쌓인 해석·분석 데이터를 학습시켜 해석 결과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조선 현장의 ‘미래형 조선소’(FOS)와 AI 전환을 위해서는 설계와 생산 등 공정의 연결성이 중요하다. 설계 데이터가 생산으로, 생산 데이터가 다시 설계 개선으로 되돌아가야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조선 특화 AI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UNIST 등 지역 연구기관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생산 최적화, 장비 운영, 유지보수(MRO)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장기 과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래형 조선소의 마지막은 1·2단계에서의 디지털 기반 최적운영 시스템을 지능형 생산 로봇·장비와 연결하고,확장하는 단계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로봇과 설비가 스스로 작업 순서를 조정하고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현장을 운영할 수 있는 ‘지능형 자율운영 체계’를 완성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