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정지 소생 ‘최하위’, 울산 응급체계 전면 재개조하라

2026-02-06     경상일보

울산의 응급의료 성적표는 참담함을 넘어 절망적이다. 119구급대원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심정지 환자가 병원 도착 전 심박을 되찾는 자발순환 회복률은 7년째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생명을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울산 응급의료 체계의 민낯을 보여주는 지표다.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 안전망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5년 울산 119구급대의 심폐소생술(CPR)을 통한 자발순환 회복률은 6.1%에 그치며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세종(24.4%), 제주(20.0%), 대구(18.9%) 등 선두권 지자체와 비교조차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격차다. 특히 전국 평균인 11.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울산의 회복률은 역설적으로 울산 시민이 심정지 상황에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타 시·도보다 현저히 낮다는 절망적인 현실을 대변한다.

자발순환 회복률은 구급대원의 전문성뿐 아니라 환자 발생부터 병원 인계까지 이어지는 골든타임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울산은 2019년부터 5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16위로 간신히 탈꼴찌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다시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이는 울산 응급의료 체계가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기형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동구의 울산대학교병원 단 한 곳뿐이라는 점이다. 시내는 물론 울주군 등 외곽 지역에서는 이동 거리와 교통 체증으로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렵다. 가뜩이나 도심 교통 체증까지 겹치다 보니, 분초를 다투는 심정지 환자들에게 ‘죽음의 레이스’를 강요하는 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울산형 응급환자 이송체계에 일부 병원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선 처치·후 전원’ 체계마저 흔들리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한 장치가 오히려 시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울산소방본부가 원인 분석에 착수했다고는 하나, 이는 소방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응급실 인프라 확충과 전문 인력 확보는 지자체와 의료계가 함께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특히 외곽 지역 환자를 신속히 수용할 수 있는 거점별 응급의료 체계를 재설계하고, 교통 체증 구간에서 구급차의 우선 통행권을 확보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시급한 과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