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AI 데이터센터, 기술인력은 준비돼 있는가

2026-02-09     경상일보

울산에 AI 데이터센터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대규모 시설 유치를 넘어, 울산 산업 구조가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데이터와 디지털 기반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수소산업과 이차전지, 친환경 에너지로 산업 지형을 넓혀온 울산이 이제는 데이터 기반 산업까지 포괄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성공 여부는 건물 규모나 투자 금액보다,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유지할 기술인력이 충분히 준비돼 있는가에 달려 있다. 시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원칙은 이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는 흔히 IT 산업의 영역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전력·설비·소방 기술이 집약된 복합 산업시설이다. 수만 대의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수전 설비와 변전 시스템, 무정전 전원장치, 비상발전 설비가 상시 가동돼야 한다. 여기에 항온·항습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냉각 설비와 공조 시스템,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기 감지 설비와 가스계 소화설비까지 더해지면, 데이터센터는 울산의 여느 산업시설 못지않은 고위험 관리 대상이 된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 품질과 연속 운전에 극도로 민감한 시설이다. 순간적인 전압 강하나 정전, 접지 불량만으로도 서버 장애와 대규모 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사후 대응보다 예방 정비가 핵심이며, 상시 점검과 즉각적인 현장 대응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울산 석유화학 공정이나 발전 설비에서 강조돼 온 안전 관리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데이터센터 역시 산업 인프라의 연장선에서 관리돼야 할 이유다.

여기에 더해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도 지역 사회와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대규모 전력을 상시 사용하는 특성상 전력 수급 안정성은 물론, 정전이나 사고 발생 시 지역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울산처럼 대규모 산업단지와 주거지가 인접한 도시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운용과 비상 대응 체계가 곧 지역 안전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구축 논의는 단순한 산업 유치 차원을 넘어, 도시 차원의 전력·안전 관리 전략과 함께 검토돼야 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 운영에는 평시 점검뿐 아니라 비상 상황을 가정한 대응 체계도 중요하다. 화재, 침수, 정전과 같은 복합 재난 상황에서 설비를 안전하게 정지시키고 신속히 복구할 수 있는 역량은 매뉴얼만으로 확보되기 어렵다. 실제 설비 구조와 동작 원리를 이해한 현장 기술자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센터는 자동화된 시스템 위에 결국 사람의 기술과 경험이 더해져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을 실제로 운영하고 유지·관리할 현장형 기술인력이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용어는 이미 일상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소방·설비 기술 인력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울산은 오랜 기간 제조업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도시인 만큼, 디지털 산업 확장 과정에서 기존 기술 인력의 역할을 어떻게 전환하고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반드시 고급 IT 인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기기능사, 전기·소방 설비 기술자처럼 현장을 이해하고 설비 이상 징후를 즉각 판단할 수 있는 인력이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을 좌우한다. AI 서버가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화재·정전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시스템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AI 산업의 기반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기와 안전 기술에 있다.

이 지점에서 기술교육의 중요성은 다시 한 번 강조된다. 데이터센터 유치는 곧 전력·소방·설비 분야 기술인력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 이는 외부 인력에 의존할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인재를 길러내야 할 과제다. 단순히 IT 중심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소방·설비·제어를 아우르는 현장형 기술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뒷받침될 때 데이터센터 유치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이한 울산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과제는 결국 기술교육과 현장 인력 양성이다. 사람을 준비하는 도시만이 변화의 기회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박기웅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 교육원 석유화학공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