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ESS 수주전, 울산 배터리 공장 향방 가른다

2026-02-09     석현주 기자
전기차 시장 둔화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1조원대 규모의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결과가 임박했다.

이번 수주전은 전국 배터리 산업의 향방뿐 아니라 울산에 생산거점을 둔 배터리 공장의 가동률과 일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전력거래소가 이르면 오는 11일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은 2027년까지 육지와 제주에 각각 500㎿, 40㎿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공급 규모만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35개 안팎의 사업자 컨소시엄이 참여한 가운데 7~8개 사업자가 최종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주전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배터리 3사의 경쟁 구도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각 40~50% 안팎의 물량을 나눠 갖고, SK온이 10~20% 수준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울산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삼성SDI의 수주 성과다. 삼성SDI는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를 울산공장에서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차 입찰에서도 삼성SDI는 전체 물량의 76%를 수주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번 2차 입찰에서도 의미 있는 물량을 확보할 경우 울산공장의 가동률과 중장기 생산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입찰은 평가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비가격 평가 비중이 1차 입찰 때의 40%에서 50%로 확대됐고, 이 가운데 산업·경제 기여도와 화재·설비 안전성이 각각 12.5%씩 반영된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뿐 아니라 국내 생산 비중과 안전성을 갖춘 배터리가 평가에서 힘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높은 LFP와 달리 국내 산업 생태계 기여도가 높은 NCA 배터리가 상대적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가 ESS 수주전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둔화가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1220억원, 삼성SDI는 2992억원, SK온은 44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ESS는 전기차 부진을 완충할 수 있는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며, 생산기지를 보유한 지역 산업에도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ESS 수주전은 단순한 물량 경쟁을 넘어 국내 생산과 산업 기여도가 평가받는 무대”라며 “울산에 공장을 둔 기업의 성과 여부가 지역 배터리 산업의 향후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