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화재는 예고 없이 오지만, 피해는 준비로 막을 수 있다

2026-02-10     경상일보

최근 서울 강남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리 사회의 주택 화재 예방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가건물과 패널, 목재 등 가연성 자재로 이루어진 주거환경에서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사고를 통해 여실히 확인됐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초기 대응이 지연되었다면 상황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구룡마을 화재는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경고이다.

이러한 위험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울산지역에서는 공동주택을 포함한 주택 화재가 203건 발생해 40명의 인명피해와 약 1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음식물 조리, 전기기기 사용, 담배꽁초 등 일상 속 부주의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 작은 방심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와 초기 화재 대응 숙지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초기에 불길 확산을 막고 인명피해를 줄이는 핵심 안전장치다. 실제로 신속한 초기 대응을 통해 큰 피해를 막은 사례도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북구 호계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주민이 화재를 발견하고 소화기 2대를 사용해 건물 벽면의 생활폐기물 화재를 초기 진압함으로써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으며, 7월에는 주택 내 분전반에서 발생한 화재를 거주민이 소화기로 신속히 진화해 연소 확대를 방지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를 예방한 사례도 있었다.

소방청 통계에서도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화 이후 주택 화재 사망자가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그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다.

이에 북부소방서에서는 올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보급 사업에 따라 북구 지역 단독·다가구주택 등을 대상으로 단독경보형 감지기 2200대와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애인 등 피난약자 세대에도 1600여대를 무상 설치·보급할 예정이다. 또 노후 소화기 교체를 위한 ‘소화기 리사이클링’사업을 통해 700대를 교체할 계획이며, 노후아파트 거주하는 장애인과 13세 미만 아동 등 화재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안전 물품 보급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울산지역 최초로 북구아파트연합회와 주택관리업체 5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공동 대응 체계도 마련하였다.

그러나 소방관서의 다양한 예방활동과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올바른 대응 방법에 대한 숙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음식물 조리 중 화재 발생 시에는 물을 붓기보다 가스 밸브를 차단하고 소화기나 덮개를 활용해야 하며, 전기 화재는 전원을 차단한 뒤 물이 아닌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 난방기기나 화목보일러 화재는 주변 가연물로 쉽게 번질 수 있어 초기 진압이 어려울 경우 즉시 대피해야 하고, 침구나 의류 등 생활용품 화재는 불길이 작을 때 소화기를 활용한 초기 진화가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연기와 불길이 확산된 상황에서는 무리한 진화보다 신속한 대피와 신고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구룡마을 화재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피해는 준비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정 내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점검하고, 올바른 화재 대응 행동 요령을 숙지하는 작은 실천이 모일 때 주택 화재 예방은 비로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방의 노력과 시민의 참여가 함께할 때, 주택용 소방시설은 단순한 장비를 넘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망이 될 것이다.

정호영 울산시 북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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