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해 시인, 한국 시단 거성들과 나란히
여든 중반의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울산의 원로시인 박종해(84) 시인(전 울산예총 회장)이 14번째 시집 <내려놓으면 편할텐데>(문학세계사·180쪽)을 펴냈다.
특히 이 시집은 유치환, 김춘수, 김남조, 이어령 등 한국 문단사에 족적을 남긴 시인들과 함께 권위있는 출판사의 기획시리즈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시집은 개인 부담의 자비출판이 아닌 출판사의 경비 부담으로 시인에게 인세를 지불하는 기획시리즈이다. 문학세계사에서 심의를 거친 기획시리즈로 출판한 시인들은 작고 시인으로 유치환, 박남수, 김춘수, 김남조, 이어령, 이형기, 신경림 등 한국 문단사에 족적을 남긴 시인들과 현역 시인 허영자, 이근배, 이성부, 오탁번, 신달자, 이태수, 함민복, 권혁웅 등의 이름 난 시인들과 함께 기획시리즈에 함께 시집을 내게 되었다.
시집은 1~6부로 나뉘어 1행에서 10행까지의 단시를 포함해 총 105편의 시가 게재됐다. 마지막에는 문영 시인의 평설도 실려 있다.
1980년 등단한 이후 끊임없이 삶의 본질을 탐구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단독자가 느끼는 성찰과 비움의 지혜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노년에 이르러 인간 본질의 오욕칠정(五慾七情, 사람의 다섯 가지 욕망과 일곱 가지 감정)을 모두 내려놓고, 인간의 가치를 추구 등 인간답게 살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시편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방하착(放下着)’ 이다. 시인은 집착의 나뭇가지를 놓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장님의 우화를 통해, 모든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평온의 경지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했다.
시인은 시 ‘빙하착’에서 “양산 통도사 방장스님 기거하시는 집 뜰에는 / 큰 바윗돌에‘방하착’이란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 모든 욕심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평온하리라 / 득도하신 도사가 우람한 목소리로 욕심에 눈이 먼 나를 깨우쳐주고있었지요. / 모든 욕심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할텐데…”라고 표현했다.
특히 제6부에서는 최근 시들이 장황해지는 경향에 대한 역작용으로 1행시부터 10행시까지 행 수를 제한한 짧은 시들을 수록해 시 본연의 정체성을 복원하려는 형식적 실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박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나의 선사 김종길 선생께서 “해가 많이 짧아졌다”고 시편을 통해 술회하셨는데 그 말씀이 지금 나의 가슴에 와닿는다”라고 했다.
문영 시인은 해설을 통해 “<내려놓으면 편할 텐데>는 시인이 인생 패턴의 완성을 위해 바친 노고의 결과물이다”라며 “이 시집은 시인 노년의 삶과 사유가 깃들어 있는, 아름답게 늙어가는 시법이 담긴 시집이다”이라고 평했다.
울산 송정동 출생의 박종해 시인은 1968년 울산문인협회원으로 시작활동을 한 뒤 1980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이강산 녹음방초> 외 13권이 있다. 울산의 남구·중구·북구문학회를 창립하고, 부산·대구·경주·포항의 문인들을 규합해 <남부문학>을 울산에서 출간하고 있다. 울산문인협회장, 울산예총 회장, 북구문화원장, 처용축제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선친인 창릉 박용진 선생(도산서원장)을 기리기 위해 창릉문학상을 제정하고 15회째 시상하고 있으며, 본인 호를 딴 송당 문학관을 설립해 문학행사를 여는 등 울산의 문학 발전에 힘써왔다. 제1회 울산광역시 문화상, 울산문학상, 이상화문학상, 성호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글·사진=차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