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부산·울산·경남 광역행정통합, 성배인가 독배인가?
최근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광역행정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등 지방의 광역자치단체는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의 대전환을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산·경남·울산도 통합의 길 위에 있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된 창원시가 되었고, 2014년 청주·청원이 통합 청주시가 된 사례는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이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통합 이후에도 지역별로 크고 작은 갈등과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나 그 해결은 쉽지 않다.
최근의 행정통합은 광역자치단체 및 초광역 통합 추진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와는 차이가 있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부상한 이 논의는 단순히 자치단체를 합치는 기술적 절차를 넘어 대한민국의 국토 구조를 재편하는 중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통합이 쉽지 않으며, 각 자치단체 입장에서도 통합 전후의 상황들을 비교하여 과연 통합이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얼마만큼 각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통합할 것인지 그 방법을 두고 협상안을 마련하느라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지방자치 구조 개편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행정통합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들의 이해와 동의는 구했는가?”
사실 행정통합 문제는 선거 때마다 지방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잠시 이슈화되다가 금방 잠잠해지기를 반복해 왔다. 그때마다 해당 지역주민들은 행정통합이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통합 이후 무엇이 달라지며, 어떤 혜택이 있는지 그리고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최근 다시 이슈화된 광역행정통합 이슈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지역주민들에게 와닿는 행정통합 키워드는 대규모 재정 지원(4년간 최대 20조~40조원)이다. 규제 완화, 2차 공공기관 우선 유치, 랜드마크 조성, 인프라 구축 등은 지역주민들의 피부에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멸 위기 극복, 수도권 일극 체제 타파, 행정 효율성 증대를 앞세워 지역주민의 충분한 이해와 동의도 없이 자치단체장이나 소수 지역 정치인들 중심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서둘러 추진하고자 하는 지금의 행정통합은 그야말로 진정한 지방자치제도와는 거리가 멀다.
진정한 의미의 행정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선결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지역주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이해도 제고가 필요하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행정통합이 무엇인지 그 의미와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통합의 편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정치인들이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통합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특별법 제정과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중앙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자치권과 재정 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보다 지방세 비율을 높이는 국세와 지방세의 과감한 비율 조정, 국세의 일정 부분을 지방세로 이양하는 작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방의 입장에서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방향, 결합보다는 융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눈앞의 수조, 수십조원의 재정적 인센티브가 어쩌면 독이든 성배일 수 있다. 특히, 울산광역시의 입장에서는 연간 5조원의 재정지원은 울산지역의 경제 역량과 지역내총생산을 고려해 볼 때 오히려 전혀 인센티브 같지 않은 인센티브일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도수관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지역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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