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투입 태화배수터널 백지화…‘흙벽’만 노출 흉물
2026-02-11 주하연 기자
10일 찾은 중구 태화동 고지배수터널 공사 현장은 마치 칼로 잘라낸 듯 거칠게 드러난 흙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임시로 다져 놓은 지면은 색이 달라 멀리서도 공사 흔적이 선명했다. 원래 풀과 자갈이 어우러졌던 사면은 지금은 울퉁불퉁한 흙벽 형태로 변해 주변 풍경과 따로 노는 모습이다.
바로 옆으로는 국가정원 전망대로 이어지는 데크 계단이 이어진다. ‘태화동 전망대길’이라는 안내판과 달리 계단 옆 사면은 황토빛 절개지처럼 드러나 있어 미관상 이질감이 크다. 인근을 지나던 주민 몇 명은 사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태화동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한 주민(69)은 “예전에는 풀이 자라고 돌이 섞여 있어 자연스럽게 보였는데, 공사한다고 뒤집어 엎어놓고 그대로 둔 느낌이다. 명색이 전망대 올라가는 길인데 관광객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느냐”며 “발파하고 시끄럽게 하더니 지금은 흙벽만 남았다. 최소한 보기 좋게 정리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곳은 상습 침수 예방을 위해 추진된 총 390m 길이의 고지배수터널 공사 구간이다. 그러나 인근 주택가의 발파 소음·진동 민원과 지반 안전 우려가 겹치면서 굴착 50m 지점에서 공사가 중단됐고,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 약 53억원은 매몰됐다.
문제의 구간은 최근 준공된 태화루 스카이워크 바로 인근이다. 스카이워크에서 국가정원 방향으로 이동하는 주요 동선이어서 평소 산책객과 관광객 이동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전망 명소와 맞닿은 사면이 공사 흔적 그대로 남아 있어 “전망대 주변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8년 울산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경관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영진 중구의원은 “국가정원과 태화루, 스카이워크를 잇는 핵심 구간인데 현재 모습은 도시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제행사를 앞둔 만큼 최소한의 경관 정비와 안전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배수터널 공사 중단 이후 임시 복구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다. 현재 경관 개선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고 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2028년 울산국제정원박람회에 맞춰 주변 경관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