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걱정스런 눈빛으로 텅빈 매장 주시

2026-02-11     정혜윤 기자
“당당치킨 사려고 가족들이랑 다 같이 줄 섰던 기억도 있는데, 이제는 아예 사라진다니 아쉽죠.”

10일 오전, 마지막 영업에 들어간 홈플러스 울산 남구점 매장 안은 조용했다. 지난 2003년 문을 연 뒤 24년째 영업한 이곳은 이날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매대 대부분은 이미 비어 있었다. 일부 진열대에는 ‘영업 종료 안내’ 문구가 붙었고 포인트 교환·환불을 알리는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계산대 주변도 한산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혹시 남아 있는 게 있나 하는 마음으로 매장을 한 바퀴씩 돌았다. 내부 입점 헬스장과 치킨·초밥·빵 등 조리 판매 코너는 마지막 날까지 불을 밝히며 손님을 맞았다. 근무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걱정스런 눈으로 텅 빈 매장을 바라보거나, 마지막 세일 물품 코너를 함께 돌아다니기도 했다.

지인과 함께 마트를 찾은 김혜선(56·여)씨는 “영업을 종료한다고 해서 한 번은 와봐야 할 것 같았다”며 “집 근처라 가족들과 장을 보러 자주 왔는데, 없어진다고 하니 괜히 허전하고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울산 남구점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폐점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말부터 전국 곳곳에서 점포가 문을 닫고 있는 흐름을 울산 남구점도 벗어나지 못했다.

남겨진 노동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남구점 직원 130여명은 중·동구 점포로 전환배치될 예정이지만, 이미 50명 정도는 회사를 떠났다.

손상희 마트노조 울산본부장은 “특히 동구로 발령 난 직원들은 버스를 갈아타야 해 매일 출퇴근 부담이 컸다”며 “수십년을 남구점으로 다니다 하루아침에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하니 50~60대 직원, 특히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힘들어했고 결국 퇴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체불 우려도 현실이 됐다. 설을 앞두고 당초 이날 지급돼야 할 상여금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급여도 50%만 지급될 예정이고, 이달 급여 역시 지급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본사 관계자는 “전환 배치를 최대한 진행하고 있지만 자리가 없을 경우 2·3지망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명절 상여와 2월 급여는 자금 사정상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퇴직금은 절차에 따라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