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기후2050]설 연휴 밥상머리 ‘기후 토크’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의 밥상머리는 물가와 부동산, 자녀 교육 이야기로 늘 시끌벅적하다. 올해는 우리 미래를 좌우할 ‘기후와 에너지’ 이야기를 꺼내보는 건 어떨까.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4~5월경 발표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발전공기업 통폐합’은 향후 15년 이상의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결정짓는 핵심 사안이다. 특히 화두인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삶의 방식과 국가 균형 발전의 향방을 가를 주제이기에 국민적 공감대와 주민수용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왜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에너지인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이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생산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폭염과 한파를 견디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그 에너지를 만들려 탄소를 배출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를 끊기 위한 ‘제12차 전기본’의 핵심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질서 있게 퇴출하고 청정에너지로 채우는 데 있다. 탄소중립은 이제 생존 문제이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었다.
따라서 전력편성은 ‘중앙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해안가 대규모 발전소에서 거대한 송전탑을 통해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냈으나, 송전로 건설 갈등과 전력 손실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에 정부는 5개 발전공기업을 통합하거나 재생에너지 전문 공사를 신설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검토 중이다. 석탄 화력 시대의 유산을 정리하고 민첩한 재생에너지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체질 개선이다. 국토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좁히는 혁신적 설계가 필수적이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지역별 전기요금제’다. 우리나라는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 단일 요금제를 유지해왔다. 발전소 인근 주민이 환경적·심리적 부담을 떠안는 반면, 소비가 집중된 수도권은 차별 없이 전기를 써온 게 사실이다. 해외 선진국은 이미 거리와 원가를 반영한 요금제를 시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가 반영이 미흡해 주요국 대비 저렴했는데, 이는 결국 한전의 부채와 에너지 낭비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발전소 인근 요금을 낮춰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취지다. 수도권 요금 인상에 따른 반발이 예상되지만, ‘쓴 만큼, 거리만큼 비용을 지불한다’는 공정의 가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저렴한 요금이 지역 경제의 마중물이 된다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에서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정부의 몫이 아니다. 수도권 쓰레기가 충청권으로 이동하며 갈등을 빚는 사례처럼, 우리가 향유하는 편리함 뒤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른다. 에너지 안보, 지역 균형 발전, 탄소중립은 촘촘하게 얽힌 하나의 구조다. 올 설날, 밥상머리에서 시작된 작은 대화가 사회적 합의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기후 에너지는 더 이상 딱딱한 정책 용어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삶의 비용이자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의 ‘기본값’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자.
맹소영 기후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