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1) 운명과 숙명-양지공원

2026-02-12     차형석 기자

입구에 은행나무 반가운 환영 인사
찾아온 손님에게 고맙다 손 내민다
양쪽에 나란히 서서 맡은 임무 충실하다

동그란 도넛 의자 느티나무 싸고돈다
여름에 많은 그늘 내려주길 소원하며
올해도 찾아올 이웃 변함없이 기다린다

바로 옆 구름공원 초록빛 풍성하게
오솔길 다정하게 초심을 흔들지만
묵은 정 구심력 되어 제자리를 맴돈다

 

햇빛이 잘 드는 공원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왔다. 다운동 체육회와 여성자원봉사회에서 공원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름으로 달리고 있는 시기를 틈탄 풀들이 곳곳에서 자기들 세상이라고 아우성을 친다. 어느 곳에서나 그것들은 자신의 존재를 꼼꼼히 알리고 싶나 보다. 뽑아도 뽑아도 돌아서면 또 나는 것이 풀이라는 말이 여기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나무를 심어 울타리를 만든 이곳은 들어오는 입구가 세 곳이고 사잇길이 하나 있다. 동서남북 모두 주택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을 들어서는 입구에는 쓰레기들이 많이 쌓여 있다. 곧 치워지겠지만 잠깐만이라도 그것을 방치하는 것은 공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 된다. 양지공원 가까이에는 구름공원이 위치한다. 또 다른 공원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의 관리가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세 곳의 입구에는 장승처럼 은행나무가 양쪽으로 한 그루씩 서 있다. 아이들의 놀이시설이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종류별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 가운데 지점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를 사이에 두고 둥글게 원을 그린 도넛 의자가 세 개 있다. 공원 가장자리에는 벤치가 몇 개 놓여 있다. 타일 바닥 주변으로 이끼가 끼어 있는 것이 보인다. 여름에 잎이 무성해지면서 햇빛이 들어오지 못한 게 원인일 것이다. 느티나무잎에 의해 햇빛이 완전차단되면 장마철에 내린 빗물이 이곳에 오랫동안 고여 있을 것 같다.

관리가 잘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곳만의 공원 느낌이 나름대로 있다. 꽃밭 화단을 구분 지어 놓은 듯한 나무 칸막이가 길게 놓여 있다. 처음에는 각각 종류가 다른 화초를 심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칸과 상관없이 야생화들이 같은 종류로 피어나고 있다. 옛날의 야심 찬 흔적을 이렇게라도 보니 그때 조경사의 마음 구도가 읽힌다. 그 옆 벤치에는 풀이 높이 자라 앉는 게 불편할 정도다. 작은 네모난 화단이 두 개 있는데 그 안에서 자라던 나무가 고사한 것 같다. 이미 나무는 뽑히고 풀만 가득하다.

느티나무에 기대 둔 훌라후프는 나무를 사이에 두고 안정적으로 보인다. 누군가 금방이라도 그것을 뱅글뱅글 돌릴 것 같다. 히말라야시다, 중국단풍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등이 모두 많은 나이를 먹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노란 바탕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울산광역시 병원 동행서비스’이다. 저 현수막이 마치 공원의 주인공이 된 듯 많이 부각 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백세시대에 대한 대비책으로 넉넉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히말라야시다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본다. 나무가 죽어서 새롭게 태어난 의자에 앉아 살아 있는 나무를 바라보니 삶과 죽음이 한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먼 이국땅에까지 온 나무의 운명을 생각하고 여기에 온 나를 생각한다. 운명이 짙어지면 숙명이 되는 건가.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