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 증원, 울산 지역의료 해법 될 수 있나
이재명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휴학으로 장기간 이어졌던 의정 갈등이 겨우 봉합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라는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정면 돌파 의지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2027학년도에 전국 의대 정원을 490명 늘리고, 이후 5년간 연평균 약 668명씩 총 3342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에서 증원분 전원을 ‘지역의사제’로 선발하겠다는 점이다. 취지는 지역·필수의료 확충이지만, 당장 의료현장보다 교실에서 먼저 파장이 감지된다.
이번 증원은 현 고3은 물론 중2까지 직접적인 영향권에 둔다. 모집 인원이 늘면 합격선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이는 곧 N수생과 반수생 유입으로 이어진다. 특히 올해 11월에 치르는 2027학년도 수능은 현행 9등급제 내신과 통합 수능 체제의 마지막 시험으로 거론된다. 내신이 유리한 상위권 이공계 재학생들이 의대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
중학생 가정의 고민도 깊어진다. 울산은 평준화 체제이며 일부 학교는 농어촌 전형 지원이 가능하다. 지역의사제, 지역인재전형, 농어촌전형을 전략적으로 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시상 이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울경 권역은 지역의사제 적용 학교 수가 가장 많다. 학군 이동과 이른바 ‘지방 유학’ 수요가 자극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의료 정책이 지역 교육 지형을 흔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이번 의대 증원이 울산의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역의사제는 10년 의무복무를 전제로 하지만, 울산대 의대 졸업생이 반드시 울산에서 복무하는 구조는 아니다. 현행 제도 설계(시행령) 흐름상 의무복무 지역이 경남권에 묶여 있다. 울산이 인재를 길러도 울산에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울주 남부권 보건지소는 의사 구인난으로 진료 중단 위기에 놓였다. 공중보건의 급감과 임기제 의사 미충원은 현재진행형이다.
의대 증원은 10년 뒤의 숫자다. 지역의료는 오늘의 인력과 조건으로 유지된다. 당장 올 하반기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개원을 앞둔 울산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정원 확대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공공·필수의료 근무 여건 개선과 수련 인프라 확충, 정주 환경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대 증원은 입시 판만 흔들고 의료 현장의 공백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