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GLP-1, 다이어트를 넘어 사회를 바꾸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를 사라>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 책은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투자서라기보다, 거시경제를 읽는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브라질의 기후 변화가 커피 생산에 영향을 주고, 이는 원두 가격을 거쳐 스타벅스의 원가 구조와 수익성, 결국 주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겉보기에는 무관해 보이는 변화가 전혀 다른 산업의 결과를 바꾼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회자되는 GLP-1 비만 치료제 이야기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약물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평균 체중이 감소하고, 그 결과 항공사의 연료 효율이 개선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농담이나 과장된 상상이 아니다. 연료비가 항공사 운영비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변화는 비용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분야해서도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GLP-1 약물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식욕 감소와 함께 고열량 음식, 당류, 알코올에 대한 선호가 낮아진다는 보고가 반복된다. 이로 인해 위스키와 증류주를 중심으로 한 주류 시장에서는 소비 둔화와 재고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경기 침체라기보다, 소비자의 생리적 보상 체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물론 GLP-1이 모든 다이어트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체중 감량 효과가 분명한 사람도 있지만, 약물 중단 이후 체중 유지, 근육량 감소, 소화기 부작용 등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결국 장기적인 건강 관리는 약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GLP-1은 이제 단순한 비만 치료제를 넘어, 소비 패턴과 산업 구조, 그리고 건강 관리 방식 전반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6년부터 경구형 GLP-1이 미국에서 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역시 향후 1~2년 내 도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만 GLP-1이 모든 다이어트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개인에 따라 위장관 증상, 근감소, 영양 불균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약물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나 미용 목적의 오남용은 경계되어야 한다. 체중 감량 이후의 유지와 전반적인 건강 관리는 여전히 식습관 개선, 운동, 생활 리듬 조절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습관 교정 위에서 완성된다. 이러한 전제 아래에서 GLP-1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의료적 관리와 생활 관리가 균형을 이룬다면, 그 확산은 단지 체중 감소를 넘어 의료비 부담 완화와 만성질환 예방, 나아가 사회 전반의 건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