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의대 증원에 관한 고찰

2026-02-12     경상일보

정부가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총 3342명으로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부족한 의사 인력을 확보하고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결단이다.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12차례 회의 끝에 도달한 결론을 반영했다. 2040년에는 적어도 의사 수가 5704명 부족할 거란 전망이다. 다만, 의료교육 현장에서의 피로도를 감안해 3342명으로 정했다. 이렇게 늘어난 의사는 졸업 후 10년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

의대 정원 조정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정부가 고유한 권한을 갖는 정책 사안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에 명시돼 있다. 입학정원은 대학의 학칙으로 정하되, 의료인 양성과 관련된 모집단위 정원은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하고, 이때 교육부장관은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2년 7월26일자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대학 정원 증원에 관한 사무는 전국적인 통일을 기할 필요성이 있는 국가사무라고 했다. 의사 인력 수급은 개별 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의 이익과 국민 보건에 직결되는 중대한 공적 과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법에서 정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2년간의 논의를 거쳤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8조에 기초해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구성했고, 의료계가 추천한 전문가 과반수가 참여해 추계위를 꾸렸다. 12차례의 회의 끝에 2040년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했고, 이를 토대로 보정심에서 7차례 심의해 최종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 앞으로 교육부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위 증원 규모를 기초로 해 대학별로 증원 신청을 받아 이를 배정할 것이고, 각 대학에서는 배정에 따라 학칙과 입학전형계획에 반영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그동안 증원 규모를 최대 연평균 350명으로 주장해왔다. 교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의학교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고, 의협회장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표결에도 불참하고 퇴장했다. 의협은 앞으로의 대응 방안에 대해선 내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집단행동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행사하는 권리이다. 의사 집단은 개원의와 봉직의 등 그 법적 지위가 혼재돼 있어, 이들이 주도하는 집단행동을 노동조합법상의 쟁의행위로 보기 어렵다. 의대 정원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의 집단행동에 해당할 가능성도 크다. 의료법 제15조에는 의료인이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정당한 사유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갈등을 멈추고 머리를 맞댈 때다.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계획을 보면 2027학년도 490명, 2028~2029년도 613명, 2030~2031년도 813명이다. 의협이 주장하는 연평균 350명보다 높은 수이긴 하나, 추계위가 발표한 2040년 의료인력 부족 수의 하한인 5704명보다 낮은 수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의료계도 증원 결정을 받아들이고, 구체적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의료 공백 문제가 전부 해결되진 않는다. 무엇보다 의료 교육 현장에서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2024년 집단 수업 거부 이후, 24학번과 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 25학번은 기존보다 1500여명이 더 많다. 의대의 교육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정원을 늘린다면 양질의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의료계의 우려도 일응 타당하다.

정부는 위와 같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더불어,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 고질적인 의료현장에서의 문제도 속도감 있게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계의 불만이 커지지 않을 것이다. 할 일이 많다. 이제는 속도가 필요하다.

박순영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