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기심에 ‘잠 못 드는’ 칡부엉이
2026-02-12 신동섭 기자
11일 울주군 등에 따르면, 최근 온양읍 일원의 칡부엉이 서식지에 전국의 사진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언론과 주민들이 서식 방해를 우려해 그간 구체적인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진가들 사이에서 정보가 공유되며 보금자리가 노출됐다.
문제는 일부 촬영자들의 도를 넘는 행동이다. 이들은 야행성인 칡부엉이가 낮 동안 휴식을 취하는 서식지에 무단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울타리를 넘어 부엉이가 앉아 있는 나무 2~3m 앞까지 접근해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칡부엉이들은 숙면을 방해받거나, 위협을 느낀다. 야간 사냥을 위해 낮에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 야생조류에 이 같은 자극은 생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역동적인 비행 장면을 찍기 위해 잠든 부엉이를 향해 돌을 던지거나 나무를 자르는 등 고의적인 교란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인근에 수리부엉이 등 다른 조류들이 새끼를 양육 중이라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자 행정당국으로 촬영자들의 무단 접근과 서식지 훼손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현장 확인 및 실태 조사와 더불어 서식지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안내판 설치, 촬영 목적의 교란 행위에 대한 강력한 계도와 관리를 해달라는 것이다.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일반적인 조류 관찰과 달리 사람들이 서식지 근접거리까지 다가가 촬영하는 바람에 잠자는 부엉이를 깨우는 일이 반복되면서, 부엉이들의 생육환경 훼손을 넘어 폐사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사진가들이 보통 나이가 많아 자식을 키워봤을 텐데, 어떻게 자식을 키우는 동물들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현재 현장 확인을 통해 계도하는 중”이라며 “현수막이나 안내판 설치도 생각했지만, 오히려 칡부엉이 서식지가 특정될 수도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조류 생태를 위협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울산대공원에서 녹색비둘기가 발견되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중 일부 사진가들은 새가 나는 장면을 찍겠다며 고함을 지르거나 나무를 흔들고, 돌을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녹색비둘기를 유인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꽂고 열매를 매달아 세트장을 만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