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101)말로써 말이 많으니-김천택(1687~1758)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청구영언>
쏟아지는 말의 홍수를 피해 어디론가 모두 떠나버리고 싶은 시절이다.
강이나 바다, 산으로 내닫는다고 말의 홍수를 떨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정히 정좌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면 시대의 아픔쯤이야 조용히 물러갈 것이다. 주위를 침묵으로 싹을 틔워 볼 만하지 않을까.
침묵은 담백함으로 뜻을 드러내고, 고요함으로 먼 곳까지 이를 수 있다. 소인은 침묵을 말하고 성인은 침묵을 실천한다.
성인이 함께 없는 시대라서 우리에겐 침묵의 시간이 너무 길다. 침묵이 최상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이쯤 나이를 먹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말의 속성은 말을 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다. 얼마나 오래 묵언할 수 있는가도, 언어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말 밖의 말, 침묵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더 많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 이것 또한 말을 사용하는 인간의 의사 전달의 한 방법이다.
말을 버릴 때 진정한 소통을 얻을 수 있다.
슬픔과 즐거움도 절제하고, 기쁨과 노함을 누그러뜨려 말을 삼가고 참고 견디는 가운데 말이 지닌 깊고 아득함을 전달할 수 있다.
침묵은 보신(保身)의 정수다. 은자(隱者)의 풍격(風格)을 침묵으로 다스림도, 은자의 경지에 오름도 일종의 학문의 경지다.
세상 이치에 통달하는 기상은, 세상 밖에서 노니는 깊은 침묵으로 싹을 틔우는 것이다.
침묵 속에서 은밀하게 인생을 진행하며 물이 흐르는 곳에 도량이 생기듯 자연스러운 길을 따라 끈기 있게 희망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침묵은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아서 그윽하며 깊고 멀다. 침묵 속에 오늘 이 찬 얼음이 녹는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