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러다이트 운동의 교훈, AI 파고는 ‘노동 개혁’뿐이다
AI와 로봇이라는 거대한 기술의 해일이 노동 시장의 방파제를 넘어 일자리 지도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다. 과거의 기술이 인간의 ‘근력’을 도왔다면, 이제 AI와 로봇은 인간 고유의 ‘판단’과 ‘숙련’까지 빼앗으며 노동시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2024~2034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은 이러한 위기감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무인화와 산업 전환 등의 영향으로 도소매업과 일부 제조업에서는 고용이 줄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와 AI 기술 혁명의 여파로 노동력 공급 감소와 취업자 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고용 수축’을 예고한 것이다.
제조업 도시 울산의 현실은 더욱 엄중하다. 1월 울산의 고용률(58.7%)은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고, 실업자 수는 두 달 연속 2만 명대를 이어갔다. 통계 이면의 구조적 변화는 더 심각하다. 기능·기계조작 및 단순 종사자가 1년 새 2만3000명(-8.6%) 급감한 것은 단순 경기 침체가 아닌, 정교한 공정과 물류 업무가 로봇으로 넘어가는 ‘구조적 대체’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조선업은 숙련공의 영역이었던 용접과 절단 공정에 협동 로봇을 투입해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은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도입 예고처럼 ‘완전 무인화’를 향해 가속하고 있다. 장치 산업인 석유화학 역시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도입으로 사람의 손길을 밀어내고 있다.
서비스업 역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을 도입하며 ‘사람의 노동력이 덜 필요한 구조’로 빠르게 재편 중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청년층 고용의 붕괴다. 지난해 4분기 울산 청년 고용률은 40%에 겨우 턱걸이했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에 더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디지털 일자리마저 AI에 잠식당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감소한 청년 일자리의 98.6%가 AI 발전의 영향권에 있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처럼, 청년들의 취업 진입로가 차단되고 있다.
19세기 초 ‘기계가 우리의 삶을 망친다’며 기계를 파괴했던 영국 노동자들의 러다이트 운동은 결국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막지 못했다. 노동의 주체 자체가 바뀌는 오늘날의 AI 대전환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같은 유연한 구조 개혁, 그리고 변화에 발맞춘 능동적인 교육만이 AI 혁명이라는 거센 파고 속에서 우리 일자리를 지켜낼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