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조류 충돌 방지, 공공시설 전면 의무화부터
조류 충돌 방지를 제도화하며 선도적 역할을 자임했던 울산에서 ‘유리창 죽음’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달 초 북구 박상진호수공원 인근 건물 앞에서 검은머리방울새 여러 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됐고, 이는 유리창 충돌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희귀 조류가 자주 관찰되고, 철새 도래지가 도심과 맞닿은 울산에서 이는 단순 사고가 아니다. 탐조관광과 생태도시를 미래 자산으로 키우겠다는 도시가 정작 새가 안전하게 날 환경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전략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도시에서 생태도시로의 전환을 말해온 울산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류는 눈이 머리 양옆에 있어 정면 시야가 좁고, 하늘과 수목을 비추는 투명·반사 유리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빠른 비행 속도는 곧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수변과 녹지가 이어진 공간은 비행 동선이 겹치는 만큼 충돌 위험도 높다. 그럼에도 도심 곳곳의 유리 외벽과 투명 방음벽은 그대로다. 울산시는 지난 2021년 관련조례를 제정하고 2024년 전부개정까지 하며 적용 범위를 넓혔다. 신축 공공건축물에는 저감조치를 의무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정 이전 건물은 사실상 사각지대다. 처벌 규정이 미약해 집행은 느슨해지기 쉽고, 기존 건물에 대한 지원 예산도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접수된 유리창·건물 충돌 구조 개체만 298마리다. 이는 신고와 발견을 전제로 한 수치다. 현장에서 즉사하거나 포식자에 의해 사라진 개체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천연기념물과 법정보호종이 포함된다는 점은 이 문제가 미관 논쟁을 넘어선 공적 보호의 영역임을 보여준다. 도시의 유리창 하나가 지역 생물다양성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조류 충돌 방지 조례의 효율적인 실행을 위해선 공원·하천·호수 인근 공공시설과 공공이 관리하는 투명 방음벽부터 연차별 전면 설치 계획을 세우고, 완료율과 재발 여부를 공개하는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존 건물에는 표준 제품을 제시하고 일정 비율의 비용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충돌 다발 지점을 지도화해 공개하고, 최소 기준을 공공시설 표준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순 부착 여부가 아니라 효과 검증과 사후 점검까지 포함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조례 제정은 출발이었다. 생태도시를 말하려면, 최소한 새가 안전한 환경부터 갖춰야 한다. 조례의 선도성이 아니라, 충돌이 실제로 줄어드는 성과로 제도의 실효성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