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생활 속 임대차 정보]갱신권 사전 포기약정 원칙적으로는 무효
2026-02-23 서정혜 기자
원칙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의 ‘사전 포기 약정’은 무효다. 주택임대차법은 제10조에서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무효’라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계약 체결 당시나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 ‘만기에는 반드시 나간다’ ‘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와 같은 일괄적·사전적 포기 약정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임차인이 10년의 갱신 요구권이 있음에도 만기 인도를 약정한 것은 갱신 요구권의 사전 포기에 해당하고, 이는 임차인에게 불리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다만 예외는 있다. 임차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면 사전 포기 약정도 유효하다, 임차인이 이미 차임을 3기 이상 연체해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소송 취하 등의 이익을 얻는 조건으로 갱신 요구권을 포기하는 경우라면 달리 볼 수 있다.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은 이런 경우, ‘임차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갱신 요구권 포기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갱신권 행사 시점에 이르러 임차인이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고 퇴거하겠다고 한 후, 이를 번복해 갱신권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할까?
광주지방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재계약 문의에 대해 ‘재계약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답한 사안에서, 임차인에게 충분한 숙고 기간이 있었고, 조건이나 유보 없이 의사를 표시했고, 임대인이 이를 신뢰해 새로운 임차인을 물색한 점 등을 이유로 계약갱신요구권을 명시적·종국적으로 포기한 것이라고 보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증금을 돌려주면 나가겠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표시하고, 집을 보여주기 위해 비밀번호까지 알려준 사정 등을 고려해 갱신권 포기로 보았다.
이후 임차인이 마음을 바꿔 재계약 의사를 밝혔지만, 법원은 ‘이미 포기한 이상 번복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임차인의 의사가 유보적이거나, 임대인의 압박에 의한 일시적 답변이라 보일 때에는 갱신권 불행사 발언 이후에도 다시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번복 여지가 있다.
퇴거 결정과 갱신권 불행사 의사가 명시적 종국적인지 그 기준은 아주 모호하며, 판단자마다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나간다’ 혹은 ‘안 나간다’라는 말은 단순한 의견 전달을 넘어 법적 권리의 소멸을 가져온다. 따라서 임차인은 갱신권 포기나 불행사 의견을 전달하기 전에 장래 계획이나 새로운 주거지 확보를 확실히 해 둔 상황에서 퇴거 의사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성창우 변호사 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