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서 화선지로…먹향에 담은 성현의 지혜
울산 삼일고등학교 교장으로 33년 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달 28일 퇴직하는 석호 김태형(61) 서예가가 붓을 잡은지 40년 만에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김태형 작가는 이달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 4전시장에서 ‘석호 김태형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한 서체로 써내려간 한문과 한글 서예 작품 55점을 선보인다. 시민들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소형 작품 위주로 준비했다.
작품의 주제는 사서삼경, 유교 경전, 채근담 등 교훈적인 내용들이다. 시민들이 조상들의 예를 배우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김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김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상선약수’ ‘부윤옥덕윤신’ ‘응무소생이생기심’ ‘군자필신기독’이 있다.
김 작가는 “옛 성현의 말씀을 주제로 삼았다. 화려함보다는 담백함을, 기교보다는 마음의 결을 담고자했다”며 “고전의 글은 단순한 옛 문장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기준과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혜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울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작가는 1993년부터 33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40년 전 대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시작한 서예는 대학교 졸업 후 울산에서 김옥길 서예가를 만나며 꽃피우게 됐다.
김 작가는 “김옥길 선생은 기법에 앞서 마음을 바로 세우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한 획을 긋기 전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했다. 그 가르침은 지금도 제 서예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저 글씨가 좋고 먹 향이 좋아 시작한 취미였던 서예가 점차 삶을 이끄는 길이 됐고, 한 자 한 획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공부가 됐다”며 “서예는 저에게 늘 멈춤과 성찰을 가르쳐줬다. 빠른 결과보다 바른 과정을 중히 여기게 했고, 글씨는 곧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달 28일 3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김 작가는 앞으로 서예 연구에 더욱 전념할 계획이다. 서예 연구실 개설도 고려하고 있다.
김 작가는 “서예는 완성의 예술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이어가는 공부라 믿는다. 지금도 여전히 배움의 문 앞에 서 있는 마음으로 붓을 들고있다”며 “앞으로도 전통의 뿌리를 지키되 오늘의 숨결을 담아내는 서예를 묵묵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태형 작가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울산시서예대전, 반구대암각화서예대전의 초대작가로 울산시서예대전, 울산전국서예문인화대전, 팔만대장경전국예술대전의 심사를 맡았다. 대한민국서예대전 특선과 교육부 장관 표창, 울산시교육감 표창 등을 받았다. 문의 275·9623~8.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