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 술은 새 부대에

2026-02-23     경상일보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밖으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밀려오고, 안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우주 과학, 원전 산업은 다시금 르네상스를 맞이했고,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방위산업과 K-컬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바야흐로 ‘새 술’이 끓어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문제는 이 귀한 ‘새 술’을 담아낼 ‘부대’가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적인 기업가는 한국이 머지않아 세계 1위 국가가 될 것이라 예견했지만, 이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첨단 산업을 뒷받침할 탄탄한 사회기반시설(SOC)과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성과는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

과거 개발연대의 SOC가 단순한 도로 닦기나 건물 올리기였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SOC는 차원이 다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망과 공업용수 공급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고 물류 혁명을 뒷받침할 스마트 인프라, 기후 위기에 따른 폭우와 가뭄을 막아낼 재난 방재 시스템이 곧 21세기의 경쟁력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생명줄이자,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담아낼 그릇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인프라 투자를 낡은 토목 공사로 치부하거나, 당장의 복지 예산에 밀려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국가 백년대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때에 정치는 구태의연한 정쟁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할 ‘전문가’의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념보다는 국익을, 말보다는 실천을 앞세우며 과감한 인프라 투자로 경제의 혈관을 뚫어줄 실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성경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어제와 다른 내일이 열리는 지금, 낡은 관행과 제도로는 도래할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 이제는 시대정신을 읽고 실질적인 준비를 마친 ‘전문가’라는 새 부대가 절실하다.

결국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 화려한 말잔치에 현혹되기보다, 묵묵히 현장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기초를 튼튼히 다질 ‘진짜 일꾼’을 냉철히 가려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다시 뛰게 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김형석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