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용 없는 성장’ 울산 제조업, 경고등 더 커졌다
‘제조업 메카’ 울산 경제에서 제조업이 담당해온 고용의 역할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은 여전히 울산 경제의 성장 축이지만, 과거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던 ‘고용의 버팀목’ 기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주력 제조업이 더 이상 ‘일자리의 보루’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는 울산 제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울산의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016년 36.3%에서 지난해 31.2%로 5%p 이상 하락했다. 종사자 수도 10년 전 연평균 20만명 수준에서 17만 명대로 감소했다. 반면 광업·제조업 생산 비중은 2024년 63.2%로 2015년과 큰 차이가 없다. 생산은 유지되지만 고용은 줄어드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주력 업종의 인력 감소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울산의 제조업 종사자는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등 주력 업종에서 종사자 감소폭이 특히 컸다. 제조 현장에 자동화와 스마트 공정이 빠르게 확산되고, 인공지능(AI) 기반 로봇 활용이 확대되면서 노동 수요가 감소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고용이 위축되면서 청년층의 어려움은 더 크다. 지난해 4분기 울산의 청년고용률은 40.9%로 전국 하위권에 머물렀다. 실업률이 다소 개선됐지만 고용률 자체가 낮다는 사실은 지역 일자리 기반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안정적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자리를 대체할 산업이 충분히 자라지 못한 결과다.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한미 무역합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한국산 제품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놓은데 이어 20일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글로벌 관세’를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법의 제동마저 비웃는 듯한, 예상 밖의 초강수다.
보호무역 강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울산 제조업에 큰 부담으로, 생산과 수출 위축은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울산은 주력 산업 경쟁력을 지키면서 신산업과 첨단 기술·서비스 분야를 확대해 고용을 흡수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줄어드는 일자리를 방치하면 ‘제조업 메카’ 명성도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고용 구조 변화를 위기가 아닌 전환의 계기로 삼는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