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샤힌효과와 고용충격, 울산 석유화학 재편의 과제

2026-02-24     경상일보

9조2580억원이 투입된 온산국가산단 S-OIL 샤힌프로젝트가 6월말 기계적 준공을 앞두고 있다. 울산시는 온산공장에 TF와 유관기관협의회를 가동해 637건 인·허가 가운데 남은 312건을 점검하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업계의 표정은 복잡다단하다.

단군 이래 최대 석유화학사업이 가동되는 시점이 하필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최악의 터널을 지나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샤힌은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공급 폭탄’인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야 할 ‘미래 이정표’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 셈이다.

샤힌프로젝트는 기존 정유공정의 한계를 넘어선 초격차 기술로 무장한 세계 최고수준의 석유화학 생산설비다. 상업가동이 시작되면 울산경제에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되며, 초격차 기술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최종 병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시장 환경이다. 정부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장기 불황에 빠지자 울산·여수·대산 3대 단지를 대상으로 ‘감산과 통폐합’이라는 혹독한 구조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 산단에서도 S-OIL·SK지오센트릭·대한유화가 공동 재편안을 내놓았지만, 샤힌을 감축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이해관계는 여전히 엇갈린다. 샤힌이 가동되면 연간 180만t의 에틸렌이 추가 공급돼 시장의 공급 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기존 NCC 대비 생산 단가를 30% 이상 낮출 수 있는 공법이 적용된 만큼, 이는 경쟁력이 낮은 노후 설비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산업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이처럼 샤힌을 둘러싼 평가는 ‘위기 요인’과 ‘재편의 촉매’라는 상반된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고용도 변수다. S-OIL은 샤힌 가동으로 대규모 신규 채용을 전망하지만, 노후 설비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산단 전체 고용은 오히려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울산 남구가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현실은 이 논쟁이 기업간 이해를 넘어 지역 노동시장 전반과 직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샤힌 준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초격차 설비가 ‘공급 충격’으로 남을지, 산업 재편의 마중물이 될지는 지역과 기업, 정부가 얼마나 치밀한 원칙과 실행력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샤힌 준공이 일시적 활력에 그칠지, 산업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고통 분담과 미래 투자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