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400회 이황렬씨 “20여년 몸에 밴 습관”

2026-02-24     정혜윤 기자
해마다 방학 기간이면 반복되는 혈액 수급난이 올해도 예외 없이 찾아왔다. 추운 날씨에 단체헌혈 감소와 10~20대 참여율 저하가 겹치며 혈액 보유량은 3일치 이하 수준까지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울산의 이황렬(47)씨가 400회 헌혈을 달성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20년 이상 꾸준히 참여해야 달성 가능한 횟수다.

2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등학교 시절 학교로 온 헌혈차에서 첫 헌혈을 시작한 이씨는 군 복무 중 선임의 가족이 아파 헌혈증이 급히 필요한 상황을 접하게 됐다. 그때 이후 혈액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점점 헌혈의집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전혈은 약 2개월마다, 혈소판·혈장 헌혈은 2주마다 다시 진행할 수 있다. 이씨는 매번 약 1시간30분 가량 채혈 시간도 길고 체력 소모도 적지 않은 혈소판·혈장 헌혈을 이어오고 있다. 이씨는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하면 좋지 않겠나. 몸에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꾸준한 헌혈은 건강 관리에도 영향을 주고있다. 담배를 피지 않는 이씨는 술은 15년 전 완전히 끊었다. 헌혈 전 식사도 신경 쓴다. 공복을 피하고 철분 섭취에도 신경 쓰는 편이다.

2주에 한번씩 주말마다 시간을 내 헌혈의집에 들렀다 오는 세월이 어느새 20년 가까이 흐른 것을 놓고 이씨는 꾸준함의 비결로 ‘습관’을 꼽았다. 그는 “특별한 동기라기보다 안하면 오히려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로 일상이 돼버렸다”며 “헌혈할 시기가 되면 헌혈할 수 있다는 레드커넥트 앱 알림이 오고, 그럼 늘상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사례를 놓고 혈액 수급난의 해법이 ‘다회헌혈자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혈액원은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ABO Friends’ ‘나눔히어로즈’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만 18세 이상, 주기적 헌혈 참여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등록헌혈회원 제도인 ‘ABO Friends’에 가입하면 특별혈액검사서비스, 헌혈주기 문자서비스, 문화이벤트 참여 가능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울산에서는 23일 기준 누적 8만4830명이 ABO Friends에 가입돼 있다. 헌혈 수급난이 반복되는 시기에 적극 헌혈을 진행하면 가입되는 ‘나눔히어로즈’도 있다.

이황렬씨는 “헌혈은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자주 하지 않아도 된다. 한 번이라도 해보면 다음이 어렵지 않다”며 “요즘 레드커넥트 앱도 잘 돼 있고, 헌혈로 피검사도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다회헌혈자 예우 강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하루하루 하다 보면 점점 횟수가 쌓이고, 그러다 보면 보람을 느껴 자연스레 습관처럼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헌혈 400회 달성 후 그는 웃으며 “따로 달성 목표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건강이 허락하는 계속 헌혈을 할 것”이라며 “다들 바쁘고 힘든 시기지만 헌혈로 삶의 보람도 느끼고, 건강한 일상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