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형 AI 비전’, 산업수도의 미래를 여는 길

2026-02-25     경상일보

울산이 ‘굴뚝산업’의 틀을 넘는 도시 좌표를 공식화했다. 목표는 ‘울산형 AI수도’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으로 상징되는 전통 산업도시에서 인공지능을 전면에 세워 산업 구조와 도시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포부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 규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경쟁이 동시에 압박하는 환경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산업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김두겸 시장이 24일 발표한 ‘울산형 AI비전’은 총 1조637억원을 투입해 4대 전략, 93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별 방향은 비교적 뚜렷하다. 자동차는 공정 데이터와 비전 검사를 통해 불량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며, 자율주행·전동화 전환에 맞춘 AI기반 스마트공장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선은 설계·생산·정비 전 과정에 AI시뮬레이션을 도입해 복잡한 공정흐름을 정밀하게 관리하고, 고부가 스마트십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석유화학은 ‘AX실증 산단’을 통해 온도·압력 등 공정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고위험을 낮추고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숙련 의존도가 높았던 현장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해 수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접근이다.

인프라와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준비에 속도를 낸다. SK-AWS AI데이터센터의 적기 준공 지원과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 등 컴퓨팅인프라 확충을 병행하고, ‘AI수도추진본부’ 출범과 집적단지 조성, 인재 양성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행정·산업·교육을 하나로 묶는 추진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제조업 중심 도시라는 정체성을 살려 산업전환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은 울산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과제도 분명하다. 중소·중견기업이 실제로 참여하고 체감하지 못하면 성과는 일부 대기업에 머물 수 있다.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 오픈랩과 컨설팅을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공정이 요구하는 전력·용수·입지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결국 혁신의 해답은 현장의 수용성에 있다. 아무리 뛰어난 AI기술이라도 기업의 생산공정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박제된 기술’에 그친다. 산업현장의 공정이 달라지고 비용구조가 개선되며 안전이 강화되는 변화가 쌓일 때 비로소 ‘울산형 AI수도’의 실체도 완성될 것이다. 울산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산업혁신의 심장으로 고동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