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성심껏 보고 맘껏 빛나라
최가온 선수가 주저앉아 울고 있다. 눈물을 훔치는 17살 선수의 모습에 나도 울컥했다. 2번의 실패에도 거침없이 다시 경기에 임하던 모습이 아니다. 모든 순간 견딘 마음이 눈물로 터졌다. 여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눈물을 닦고 고글을 다시 쓴다. 그 순간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린다. 곧 3차 시도 성적이 전광판에 공지됐다. 현장은 환호와 기쁨으로 가득했다. 새로운 우승자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선수 주변으로 동료 선수들이 달려온다. 클로이 킴이 누구보다 함께 기뻐한다.
시상식이다. 은메달 석에 클리오 킴과 금메달 석에 최가온 선수가 서 있다. 낯설다. 인터뷰 영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회 2연패를 했던 클로이 킴은 기뻐하며 기꺼이 축하한다. 최가온 선수는 우상의 축하에 아직도 결과가 실감이 나지 않는 듯하다. 우상에 대한 존경과 후배를 향한 마음이 함께한다. 최선을 다한 그녀들은 빛났다. 충분히.
며칠 뒤 다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동계올림픽 하이라이트 방송. 1500m 쇼트트랙 시상식 장면이다. 은메달 최민정, 금메달 김길리 선수의 모습이 화면을 통해 송출되었다. 최민정 선수가 은메달 석에, 그리고 금메달 석에 김길리 선수가 서 있다. 관중들은 최고의 순간을 만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최민정 선수의 표정이 담담하다. 김길리 선수는 차분히 관중들에게 미소로 화답한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 최민정 선수. 모두의 도움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후배의 우승을 충분히 축하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한다. 눈물을 참는다. 후배가 잘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김길리 선수도 기쁨의 순간 조심스럽다. 함께한 선배의 마음을 먼저 살핀다.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일까? 단체전에서 우승하고 함께 기쁨을 나눌 때와 조금 다르다. 충분히 실컷 기쁨을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기쁘다. 그러나 머뭇거린다. 서로의 노력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에도 서로에게 서로가 있었다. 두 선수는 서로를 배려하며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그녀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빛났다. 온전히.
“성심껏 보고 맘껏 빛나라. 너는 그래도 된다.”
드라마 대사 한 구절이다. 왕좌를 둘러싼 비극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당당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빛났다. 주인공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비극을 끝낸다. 잘 자라서 왕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조카를 지킨다. 그리고 말한다. 성심껏 보고 맘껏 빛나라. 대사에 마음이 요동쳤다. 최선을 다해라. 그리고 온전히 빛나라.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아니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새 학기가 시작된다. 성심껏 살피자. 아이들의 모든 순간. 그리고 빛나게 하자. 맘껏. 우리는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이들이 빛나는 순간 우리 모두 온전히 빛날 것이다.
이현국 울산 삼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