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극항로, 부울경 동상이몽 넘어 ‘실질적 분담’으로
부울경이 ‘북극항로 상용화’라는 거대한 해양 패러다임 전환기 앞에 ‘상생’의 기치를 올렸다. 지난 24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 북극항로’ 포럼은 부산의 물류 인프라, 울산의 조선·에너지, 경남의 해양 기술이 ‘3각 편대’를 구축해 초광역 해양 경제권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화려한 청사진의 이면에는 ‘해양수도 부산’이 모든 자원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날 선 우려가 깊게 깔려 있었다.
이날 포럼에서 3개 시도지사는 북극항로 시대의 중심에 부울경이 서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했으나, 각자가 그리는 항로의 종착지는 ‘동상이몽’이었다. ‘신(新) 해양 실크로드’라는 원대한 비전 아래 한배에 올라탔을 뿐, 세부 실행 전략과 지역적 실리 계산에서는 선명한 온도 차를 드러낸 것이다.
그 중심에 선 부산은 이미 ‘글로벌 해양허브도시’를 넘어 ‘북극항로 선도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거버넌스·스마트 물류 등 ‘4대 허브 전략’을 앞세워 판을 짜는 모양새다. 특히 2024년부터 지자체 중 유일하게 전담 조직(TF)을 가동하고 독자적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등 ‘허브도시 부산’이라는 단독 명제 아래 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울산은 에너지·항만·조선·디지털(AI) 역량을 결집해 실질적인 ‘북극항로 거점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세계적 조선 기술에 AI를 접목한 북극형 고부가가치 특수선 시장을 선점하고, 독보적인 친환경 에너지 벙커링 인프라를 구축해 북극항로의 ‘필수 기항지’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경남은 항만, 조선, 관광·비즈니스, 금융 등 네 가지 축을 대응 전략으로 제시했다.
염러스러운 점은 북극항로 전략마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해양수도 부산’ 일극 체제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수부 이전부터 해사법원 설치, 해운 대기업 집적까지 행정·사법·금융 기능이 부산으로만 쏠리며 울산과 경남은 ‘조연’으로 전락할 처지다. 수도권 일극화를 막으려다 또 다른 지역 불균형을 낳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부산으로 쏠린 해양 기능을 울산·경남과 실질적으로 분담하는 구조적 결단이 시급한 이유다.
부울경이 ‘신(新) 해양 실크로드’의 주역이 되려면 상생과 독식 사이의 균형이 선행되어야 한다. 부산의 관문 기능, 울산의 에너지, 경남의 조선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이익 공유 체계가 작동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제2의 해양 부흥기와 해양경제 영토 확장이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