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불규칙한 박동…심장이 보내는 ‘SOS’
심장은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핵심 기관으로, 노화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여러 위험인자와 함께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판막질환과 함께 최근 ‘부정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뇌졸중이나 심부전과 같은 합병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동강병원(울산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장내과 전문의 김홍주 교수와 함께 심방세동의 증상과 치료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심방세동 유병률 10년간 2배↑
부정맥의 하나인 ‘심방세동’은 피가 모이는 심방이 빠르게 부르르 떨리는 질환이다. 뇌졸중을 유발할 만큼 치명적인데 고령화로 최근 10년간 국내 유병률이 2배 이상 올랐다.
대한부정맥학회가 발간한 ‘한국 심방세동 팩트 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심방세동의 유병률은 전인구 2.2%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60대 3%, 70대 6.8%, 80대 이상 12.9%에 이르고 있다. 노화와 관련이 깊어 인구 고령화로 급증하고 있는 질환 중 하나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이 3.48%로 가장 높고 세종이 1.55%로 가장 낮았다.
심방세동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가슴 두근거림, 숨이 차는 호흡곤란, 어지럼증, 피로감, 가슴 불편감 등이 있다.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적으로 박동하는 느낌은 환자가 가장 흔히 경험한다.
그러나 증상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일부 환자는 증상을 거의 느끼지 않기도 한다. 60세 이상 고령층이나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는 심전도를 매년 1회 촬영하면 심방세동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무시하거나 단순 스트레스나 피로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뒤 사라지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홍주 동강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나이가 들거나 고혈압, 비만 등으로 심방에 노화와 변성이 생기면, 마치 지휘자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불필요한 전기 신호가 끼어들기 시작한다”며 “주로 좌심방과 연결된 폐정맥 주변에서 ‘제멋대로’ 신호가 발생하며,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심방세동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 불협화음이 ‘불편한 증상’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김홍주 교수는 이어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방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고 고이면서 심방 안에 혈전이 생긴다. 이 혈전이 혈류를 따라 이동하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 진단 중요…펄스장 절제술 주목
치료는 항응고제를 포함한 약물요법과 시술로 나뉜다. 동반질환 유무, 나이, 뇌경색증 경험 등을 참고해 점수를 매기고 기준을 넘어 혈전이 생길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약을 처방한다. 다만 약물치료에도 조절되지 않거나, 약물치료가 어렵다면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
그동안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RFA)’과 ‘냉각풍선 절제술(Cryoballoon)’이 많이 이뤄졌다. 부정맥이 발생하는 심장 조직을 고온(고주파 에너지) 혹은 저온(냉각 에너지)을 이용해 태우거나 냉각해 파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심장 외부 조직에 영향을 미쳐 합병증이 생기는 사례도 일부 있었다.
최근 기존 시술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펄스장 절제술’(PFA)이 도입되고 있다. 고강도 전기장으로 심장 조직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며 주변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존 시술보다 절반 이상 시술 시간이 단축되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니 주변 장기의 손상도 거의 없다.
시술 후 통증도 적고 대기 기간이 짧은 데다 회복 속도도 빨라 환자 부담이 적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며 국내 병원에는 지난해 초부터 도입되고 있다. 짧은 시술 시간과 높은 안전성 덕분에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펄스장 절제술은 열이나 냉기 대신, 짧은 전기 펄스를 이용해 심근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최신 방식이다”라며 “심장 조직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어 시술 후 회복도 빠르고, 합병증 위험도 낮다. 향후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방세동은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과 규칙적 운동을 통한 예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건강한 생활 습관과 적절한 관리로 심장을 보호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은 심혈관 건강을 증진하며, 음주와 흡연은 줄이는 게 필요하다”며 “정기적인 혈압 및 혈당 체크, 체중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울산 지역에서 ‘냉각풍선 절제술’을 조기에 도입해 시행해 왔고, 최근에는 지역 종합병원에서 처음으로 ‘펄스장 절제술’을 시행하며 최신 치료의 지역 접근성을 넓혀가고 있다. 차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