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번쩍이는 전광판에 잠 못이뤄”

2026-02-25     신동섭 기자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울산 울주군이 설치한 재해문자전광판이 역설적으로 주민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환경 공해로 전락했다. 재해 정보를 알린다는 공익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밤새 송출되는 영상의 번쩍임으로 인해 주민들의 수면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울주군 등에 따르면, 범서읍 구영리 태화강생태관 인근 주민들은 밤마다 전광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과 씨름 중이다. 군이 재해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이 전광판은 24시간 내내 미세먼지와 기상 정보를 송출한다. 문제는 단순 텍스트가 아닌 화려한 색감의 영상 콘텐츠가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깜빡임이다.

주민 A씨는 “전광판에서 나오는 영상 때문에 커튼을 쳐도 번쩍임이 들어와 숙면을 방해받는다”며 “단순한 문자라면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영상은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깜빡임이 생겨 사실상 빛공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군은 지난해 빛공해 관련 민원이 접수되자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는 밝기를 20%로 낮추고, 오전 6~7시는 50%, 활동 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90%로 운영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놨다.

하지만 깜빡이는 영상의 특성상 주민들이 체감하는 눈부심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지된 화면이 아닌 동영상 형태의 콘텐츠는 화면이 바뀔 때마다 빛의 강도가 달라져 시신경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재해문자전광판은 울산 전역에 50곳에 설치돼 있다. 지자체별로 상이한 밝기로 하루 종일 영상을 송출 중이다.

반면 간절곶과 울주경찰서, 서생역 인근에 설치된 ‘원자력안전정보전광판’은 주거 환경을 고려해 오후 8시가 되면 일제히 소등한다. 똑같이 정보를 전달하는 대형 전광판임에도 각자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야간에는 텍스트 위주의 화면으로 전환하거나 주거지역 인근만이라도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재해문자전광판의 경우 긴급 상황을 상시 전달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전광판의 구체적인 운용 시간이나 밝기를 규제하는 법령이나 지자체 조례 등 명확한 관련 법규가 없어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민원을 검토해 운용 시간과 밝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