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반응”…온양OB축구회 또 생명 구했다

2026-02-26     신동섭 기자
심장이 멈춘 뒤 주어지는 단 4분.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작별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준비된 이들에게는 생명의 문을 다시 여는 기적의 시간이 된다.

울산 온양OB축구회가 3년 전에 이어 또다시 ‘골든타임’의 기적을 일궈내며, 반복된 안전 교육이 실전에서 어떻게 생명을 구하는지 그 정석을 보여줬다.

2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울주군 온양체육공원에서 축구 경기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60대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고꾸라졌다. 급성 심정지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던 온양OB축구회 회원들은 지체 없이 뛰어들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A씨의 의식은 기적처럼 돌아왔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주도한 이들은 대부분 인근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기업체 근무자이거나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들이었다.

온양OB축구회 관계자는 “쓰러진 동료를 본 순간 평소 회사 안전센터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매뉴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며 “다들 달려들어 혀가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부심 깃발을 입에 물리고 곧바로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직장 내 분기별 안전 교육과 심판 보수 교육을 통해 수없이 반복했던 CPR 실습이 긴박한 실전 상황에서 근육 기억(muscle memory)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들의 손길로 소생한 A씨는 지난 24일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심장혈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온양OB축구회의 생명 구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창립 행사 당시에도 심정지 환자를 살려낸 바 있는 이들은 3년 사이 벌써 두 명의 생명을 지켜냈다.

이처럼 CPR 교육의 대중화는 울산 곳곳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동구 일산지 회센터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고등학생들이 80대 노인을 구했고, 같은 해 5월 울주군민체육관에서도 관중석의 소방관과 동호인들이 50대 참가자를 소생시켰다.

이러한 시민 영웅들의 활약으로 최근 3년간 울산에서 하트세이버를 받은 민간인은 45명에 달한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심정지 환자의 생사 갈림길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119 구급차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목격자의 용기 있는 두 손”이라며 “특히 심정지 발생시 CPR을 빨리하면 빨리할수록 예후가 좋다. 그만큼 목격자 CPR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