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수소의 날’, 기대와 현실 사이 냉철함 필요

2026-02-27     경상일보

제7회 ‘울산 수소산업의 날’ 기념행사가 26일 울산테크노파크에서 열렸다. 2013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넥쏘 양산이 시작된 날을 기념해 2020년 제정된 행사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울산만이 유일하게 지정·운영하는 수소 산업인들의 자리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작지 않다. 울산이 스스로를 ‘수소종가’라 불러온 역사적 배경도 분명하다.

그러나 화려한 기념행사 뒤에 가려진 울산 수소산업의 위상은 점차 흔들리고 있다. ‘2030년 세계 최고 수소도시’라는 구호와는 달리, 핵심 전략사업들은 번번이 추진 동력을 잃어왔다. 대표 사업인 ‘울산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선 공약에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재정이 투입될 만큼의 정책적 선택을 받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2019년 출범한 ‘울산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도 지난해 말 종료됐다. 수소 지게차·선박 실증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이를 확장할 제도적 사다리는 놓이지 않았다.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현장의 기술 축적은 정책적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실증은 했지만 산업화로 도약하지는 못한 셈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산업 재편 구도에서 울산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2024년 11월 지정한 수소특화단지 명단에 울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동해·삼척과 포항이 이름을 올렸다. 수소 국가산단 역시 완주와 울진이 예타를 통과하거나 면제받으며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대 수소 생산지이자 관련 인프라·기관·기업이 집적된 수소특화 도시가 오히려 정부의 정책 중심에서 비켜선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해 온 울산은 AI발 ‘산업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섰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추진 중인 U-밸리 국가산단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간은 울산의 편이 아니다. 전통 주력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수소, 에너지 등 신산업으로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세계 최고 수소도시를 꿈꾸는 울산에 지금 필요한 건 자부심이 아닌 냉정함이다. 결핍의 원인과 탈락의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수소특화단지 지정은 울산 수소 전략의 실체를 증명할 핵심 과제다. 이를 놓친다면 울산의 비전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울산 수소산업의 날’이 자축의 장이 아닌, 냉정한 성찰과 재설계의 시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