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가 답을 쓰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2026-03-03     경상일보

생성형 AI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학습 혁신의 도구로, 다른 한편에서는 부정행위의 통로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논점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AI를 ‘정답을 대신 찾아주는 기술’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더 깊게 만들고 사고를 확장하는 장치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단순히 사용을 허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어떤 수업 구조 속에 배치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질문’에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AI가 이미 상당 수준의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차별성은 답의 속도가 아니라 질문의 깊이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각국은 기술 도입과 동시에 수업 설계의 방향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AI 챌린지를 통해 학생들이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자료 탐색과 아이디어 확장을 돕지만 출발점은 언제나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영국은 교사를 지원하는 공공 AI 플랫폼을 도입했으나, 수업의 방향과 평가 기준은 교사가 설정하도록 명확히 선을 그었다. AI는 초안을 제안할 수 있지만 학습의 의미를 결정하는 주체는 교사라는 원칙을 유지한다. 프랑스는 교육부 차원에서 ‘AI는 교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기술 도입과 동시에 윤리 기준과 책임의 범위를 제도화했다. 독일은 탐구 기반 학습을 강화하는 맥락에서 AI가 학생의 질문을 확장하고 대안을 제시하도록 설계했고, 일본은 활용 허용과 함께 ‘분별하는 힘’을 강조하며 단계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중국은 블룸의 인지 수준을 적용해 질문을 단계화함으로써 단순 정보 탐색을 넘어 분석·평가·창의 단계로 사고를 끌어올리는 구조를 제시한다. 뉴질랜드는 AI 사용을 금지하기보다 평가 체제를 재설계해 학습 과정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들 국가의 접근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몇 가지 공통된 흐름이 읽힌다. 첫째, AI는 어디까지나 수업 설계 안에 위치한다. 기술이 수업을 주도하지 않는다. 둘째, 질문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를 한정한다. 셋째, 평가 체제와 윤리 기준을 동시에 논의한다. 넷째, 교사의 전문성을 전제로 한다.

즉, 이들은 AI 활용을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학습 구조 재설계의 과제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정답 중심 수업’만으로는 교육의 차별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더 이상 인간에게만 독점된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국은 수업의 초점을 결과가 아니라 질문의 수준으로 옮기고 있다. 문제를 정의하고 질문을 정교화하는 과정에 학습의 중심을 두려는 것이다. 생성형 AI 시대에 교육의 역할은 답을 제공하는 일이 아니라, 사고의 깊이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시선을 우리 교실로 돌려보자. 우리는 어디쯤에 서 있는가. 이미 많은 학생과 교사가 AI를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 도구는 빠르게 확산되고 관련 플랫폼과 연수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기술의 확산이 곧 수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질문 중심 수업이 체계적으로 설계되고 있는지, 평가가 사고의 깊이를 반영하도록 조정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기술의 보급 속도에 비해 수업 구조의 전환은 더디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생성형 AI 시대의 경쟁력은 검색 속도나 문장 생성 능력에 있지 않다. 더 나은 질문을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는 능력에 있다. 질문은 방향을 제시하고, 방향은 학습을 규정한다. 기술은 언제나 도구에 불과하다. 질문을 중심에 두는 수업이 준비될 때 AI는 비로소 교육의 도구가 된다. 결국 미래 교육의 경쟁력은 AI 활용 기술보다 질문을 설계하는 역량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메타버스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