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수도 경쟁력, 안전의 신뢰 위에서 다시 세워야
울산시가 안전사고 위험이 큰 산업단지의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 산업단지 종합 안전매뉴얼 성격의 ‘2026년도 일반산업단지 안전관리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안전관리 계획의 핵심은 점검 횟수를 늘리겠다는 수준이 아니다. 14개 산업단지를 개별 사업장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위험 구조로 보고, 공공시설과 기반 인프라, 방치 부지까지 포함해 통합 관리하겠다는 방향 전환에 가깝다. 산업수도의 경쟁력을 안전의 신뢰에서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울산은 국가산단 중대재해사고 건수에서 늘 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화학·가스·화재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지역사회 전체를 긴장시키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기업 자율에만 맡겨두기 어렵다는 판단은 타당하다.
이번 계획의 특징은 안전의 범위를 넓힌 데 있다.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 환경을 상·하반기 두 차례 점검하고, 미분양·미건축 부지의 무단 적치와 불법 형질변경을 상시 관리한다. 옹벽·절토사면 82개소는 해빙기 이전 전수조사에 들어가고, 2종 시설물과 정밀안전점검 대상도 정례화한다. ‘작업장 내부’에 머물던 안전을 ‘산단 환경과 구조’까지 확장한 셈이다. 방치된 공간과 관리 사각지대가 사고의 도화선이 된다는 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규모 사업장 지원을 한복판에 둔 점도 주목된다. 10인미만 또는 50인미만 사업장에 위험요인 개선과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을 보조하고, 저리융자를 병행하는 구조는 규제 일변도의 한계를 보완한다. 안전은 비용이지만, 사고는 기업 존속과 도시 신뢰를 흔드는 더 큰 비용이다. 공공예산 131억원과 별도 융자 157억원을 함께 운용하는 설계는 민간의 안전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관건은 지속성과 현장체감이다. 산업단지 안전은 한 해의 특별점검으로 바뀌지 않는다. 점검이 조치로, 조치가 재점검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굳어져야 한다. 14개 기관이 협의체를 꾸렸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요인이 실제로 줄었는지다. 반복되던 유형의 사고가 감소하고, 현장 노동자가 변화를 느낄 때 비로소 계획은 힘을 갖는다.
울산은 사고가 나면 파장이 큰 도시다. 그렇기에 이제는 사고이후의 수습이 아니라 사고이전의 예방이 도시 경쟁력의 기준이 돼야 한다. 이번 안전관리체계 재정비가 일회성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산업단지의 일상적 관리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수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안전의 밀도를 높이는 일, 그 출발점이 이번 계획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