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동발 에너지 위기, 울산 경제 ‘퍼펙트 스톰’ 오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 그리고 이에 맞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 번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만약 이란 사태가 장기화되고,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다면, 한국 경제는 사실상 ‘에너지 사형선고’에 준하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 수출 호조를 발판 삼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쏟는 한국 경제에 중동발 메가톤급 충격이 밀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로,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차단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란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해협의 장기 봉쇄를 천명하자,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13% 넘게 폭등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유가 급등은 전 세계 상품의 생산·운송 비용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려, 간신히 잠재웠던 인플레이션의 거대한 파고를 불러올 수 있다.
당장 3일부터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우려된다. ‘코스피 6000 시대’를 구가하던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순매도 공세 속에서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발작적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불장’에 30조원이 넘는 신용거래로, 이른바 ‘빚투’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점쳐진다. 장기적으로는 금융 불안이 실물 경기 침체, 고용 악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울산 경제는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의존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울산 산업계는 즉각적인 공급망 차질과 함께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중동산 원유 수입이 끊기면, 산업 위기에 직면한 울산의 정유·화학 산업은 또다시 가동률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비축분을 방출하더라도, 중동지역 에너지 의존도가 절대적인 구조에서는 이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재 위기는 에너지·물류·금융·생산·수출·내수 소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퍼펙트 스톰’ 수준의 위력이다. 기존의 불확실성을 능가하는 위기 상황이다. 생존을 위한 ‘경제 비상계엄’에 준하는 극단적 대응이 필요하다. 모든 경제 주체가 하나로 뭉쳐 구축하는 ‘입체적 방어막’만이 이 미증유의 재앙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