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 - 울산문화예술인]일상과 더 가까이…‘100달러 아트마켓’ 기획
미술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어렵고 비싸며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영역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조철수(68) 서양화가는 예술을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싶다는 생각에 단돈 14만원에 가로 20㎝, 세로 20㎝ 크기의 작품(2~3호)을 구매할 수 있는 ‘100달러 아트마켓’을 기획했다. 특히 판매 수익금 중 일부(4만원)를 기부하며 예술이 시장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늦깎이 미술에 입문
지난달 27일 찾은 울산 남구 옥동 갤러리한빛. 총 205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 4점씩 총 820점을 선보이고 있는 제3회 100달러 아트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100달러 아트마켓을 마련한 국제현대예술협회 울산지회의 회장인 조 작가는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100달러 아트마켓의 취지와 작품들에 대해 설명했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서 태어나 영천시에서 잠시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때 홀어머니와 울산에 왔다.
울산공업고등학교에서 전교 1~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원하던 대학에는 진학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석유회사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지만 모두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던 중 아주 우연히 친구의 지인이 운영하던 개인화실에서 미술을 접한 뒤 그 길로 미술 세계에 입문했다. 이때가 40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였다. 운영하고 있는 액자집에 걸려있는 그의 작품을 보고 들어온 울산대학교 일반대학원 섬유디자인학과 교수와의 인연으로 대학원도 진학했다.
그는 “2003년부터 미술에 전념했다. 그림이 너무 좋아 화실에서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2시까지 5점을 그리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 작가는 처음에는 페인팅을 했으나 2014년부터는 알루미늄을 재료로 작업하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작업하기 시작한 뒤 2018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받고 2019년 울산에서 최초로 중국 베이징 국제비엔날레 한국 초대작가로 참여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처음 알루미늄을 화면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던 작품과 2019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선보인 ‘늙은여자의 수다’ 작품을 꼽았다.
조 작가는 “‘늙은여자의 수다’ 작품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연작이다. 관객 한 분이 이 작품을 보고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이 연작은 저의 작업 방향을 바꿔놓은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질문 잃지 않는 작가로 기억되고파
조 작가는 100달러 아트마켓 참여 외에도 BAMA, 울산국제아트페어 등 국내 아트페어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 참여를 위한 작품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인종차별, 편견, 이민자, 신제국주의, 억압, 탄압 등을 주제로 작업하며 끊임 없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는 경제적인 이민자로 차별과 억압 속에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고발하는 오사카 방직공장의 조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붉은벽돌’ 작품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아트페어의 확대는 미술 시장의 활력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현상이나 이미지나 트렌드로만 소비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며 “빠른 소비의 시대일수록 느린 사유가 더 필요하다. 유행이 아니라 자기 언어를 쌓아가는 작가만이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 전공이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고 젊은 작가들이 울산을 떠나는 등 열악한 문화예술 환경으로 많은 작가들이 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선 지원이 목적이 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울산이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지속성과 창작자에 대한 존중, 지역 안에서의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작가는 “마크 로스코 작가가 다녔던 학원에서 공부하는게 꿈이다”며 “오래 작업하며 죽을 때 붓 잡고 죽는 작가로 남고 싶다. 작품이 많이 팔리는 작가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질문을 잃지 않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