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멈춘 케이블카…울산 해양산악레저특구 ‘콘텐츠’ 재정립을
영남알프스 케이블카에 이어 대왕암 케이블카 사업마저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산과 바다를 잇는 체류형 관광벨트라는 원대한 구상은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현실은 전면 재검토와 착공 지연, 협약 해지라는 참담한 성적표뿐이다. 울산 해양산악레저특구의 핵심이 될 두 케이블카 사업이 흔들리면서 ‘체류형 관광도시’를 내건 울산의 꿈도 시험대에 올랐다.
대왕암 해상케이블카는 2021년 시작해 1.5㎞ 노선을 내걸었으나 착공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두 차례 연기 끝에 지난해 10월 마지노선을 넘겼고, 90일 유예기간 이후에도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하지 못해 결국 울산시는 시행사와의 협약 해지를 위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토지보상비로만 4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지 이후 정산과 책임공방 가능성도 커졌다. 미루는 동안 불확실성만 쌓였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역시 환경·안전·주민 수용성 논란 속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바다와 산을 대표할 두 사업이 동시에 불안해지면 특구가 내세운 ‘체류형 복합레저’ 전략도 힘을 받기 어렵다. 숙박과 체험, 상권 투자는 상징 시설의 가시성을 보고 움직인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사업을 전제로 민간이 선뜻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반복된 지연의 배경에는 민자 의존 방식이 놓여 있다. 자금조달(PF)에 기대는 구조는 금융 여건이 나빠질 때마다 사업을 멈춰 세웠다. 시행자 교체만으로는 같은 상황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이 맡을 접근 인프라와 안전·경관 기반, 민간이 책임질 운영과 콘텐츠를 구분하고, 자금조달 증빙과 이행보증을 계약 단계에서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착공과 자금조달 기한, 불이행 시 조치도 명확히 해야 한다.
해양산악레저특구를 살리려면 케이블카 공백을 길게 끌 수는 없다. 상징 시설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체류 시간을 늘릴 콘텐츠를 가동해야 한다. 해양권역의 야간경관 정비와 해안 보행 동선 개선, 해양레저 프로그램 확대는 당장 손댈 수 있는 과제다. 산악권역도 사계절 트레킹과 치유 프로그램, 대중교통 연계를 강화해 방문 동선을 촘촘히 엮어야 한다. 특정 시설 하나에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자원을 묶는 전략으로 보완해야 한다.
두 케이블카 사업의 향방은 빠르게 가닥을 잡는 게 낫다. 가능하다면 조건과 일정, 책임 구조를 분명히 하고, 어렵다면 그에 맞는 다른 선택을 내놓아야 한다.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지역사회의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해양산악레저특구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구체적인 조치와 일정을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