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친환경 수소 건설기계 상용화 속도

2026-03-04     석현주 기자
울산이 수소전기 트랙터 실증에 이어 건설현장 핵심 장비인 굴착기까지 무공해 전환 실증에 나선다.

디젤 장비가 배출해 온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수소 건설기계 상용화의 현장 데이터와 안전·인증 기준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울산시가 3일 ‘고체수소저장합금 적용 기반 중대형 굴착기 실증사업’ 추진을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연구개발계획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부는 다음 달 최종 과제 선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며, 과제로 채택되면 2029년까지 약 4년간 실증이 진행된다.

이번 사업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디젤 건설장비를, 유해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동력 기반 장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 주관은 HD현대건설기계가 맡고, 현대자동차·한국건설기계연구원·한양대학교·한영테크노켐·울산테크노파크 등 산학연 기관이 참여한다. 시는 이를 통해 정부 국정과제인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경제 이행 기조에 발맞춰 수소 건설·산업기계 개발과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증의 중심은 전국 최초로 고체수소저장합금을 적용한 14t급 수소굴착기 1대를 개발해 공공개발 현장에 투입하고, 2000시간 이상 운전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실증 무대는 울산 동구 자동차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현장으로, 공영개발 구역에서 수소굴착기의 성능과 경제성, 안전성을 종합 검증하는 현장형 모델로 추진된다.

시는 이번 실증의 가장 큰 목적을 상용화에 필수적인 핵심데이터 확보로 제시했다. 연비와 충전 효율, 장비 고장 빈도, 작업 안전성, 건설현장 운영모델 도출 등 실제 현장에서 지표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는 수소저장합금을 적용한 수소굴착기와 충전시스템의 안전·인증 기준이 부족한 만큼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준·시험·인증체계를 구축하고 세부 규격을 정교화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기술적 특징은 인프라와 안전성에서 차별화된다. 고체수소저장합금은 수소를 금속 격자 안에 고체 상태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고압 기체 저장 대비 상대적으로 저압 운용이 가능해 충돌·파손 등 사고 상황에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충전소 구축 비용이 고압수소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낮고, 기존 고압충전기 활용도 가능해 현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울산이 실증 최적지로 거론되는 배경은 뚜렷하다. 수소 배관과 다수의 충전 인프라를 갖춘 데다, 전국 최초 수소지게차와 수소전기 트랙터 실증이 진행 중인 지역이어서 ‘지역 생산­실증­상용화’ 전 과정을 연결하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건설기계는 일반 자동차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 전동화 전환 요구가 큰 분야인 만큼 실증이 현실화되면 관내 산업·건설현장의 무공해 전환을 선도하고 대기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시는 장비 개발에 그치지 않고, 총소유비용(TCO) 분석과 비즈니스 모델 설계, 안전기준·인증체계 정립 등 제도 기반까지 함께 마련해 수소 건설장비의 시장 진입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비도로 이동식 기계(NRMM)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국내 실증 데이터가 향후 표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사업 추진 명분으로 제시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소굴착기를 지역 공공개발 현장에서 직접 실증함으로써 디젤 건설장비의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고, 건설기계 부문의 탄소중립 달성과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기반을 동시에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