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4)원형모래구장-평동공원
인심이 후하다고 후박나무 되었을까
그 옛날 호박 대신 엿 만드는 재료였지
열매가 많이 달릴 땐 푸짐했던 후박엿
이름표 달고 서서 시선을 끌고 있다
추억이 생각나는 그 나무를 만져본다
속살이 푹 파인 채로 의젓하게 잎 달았다
갯바람 싱싱했던 울릉도 등지고서
평동에 자리 잡은 두 그루 형제 나무
이곳이 제일이라고 뿌리 근육 다진다
이번에 찾은 이곳은 고종 이래 평동이라 불리었던 곳이다. “평동의 본 마을은 맨 서단의 골짜기에 자리 잡은 마을로 편안한 곳이라는 뜻을 지녔을 것”이라는 설명글이 있다. 그리고 근처에서 공룡발자국화석이 발견됐다는 유래도 덧붙여져 있다.
집을 나설 때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도착하고 나니 비가 내린다. 공원 초입에 배롱나무들이 우듬지에 싹을 틔우기 바쁘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새순이다. 공원을 아끼는 마음으로 금연 구역임을 표시해 두었다. 공원 뒤쪽으로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앞쪽으로는 낮은 단독주택과 상가들로 이뤄져 있다. 어느 집 베란다를 통해 “야호!”라고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맑고 밝게 들린다.
조합놀이대에는 뱅크라는 단어와 동전이 그려져 있다. 어떤 의미인지는 잘 읽지 못했으나 아마도 저축의 중요성을 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후박나무·단풍나무·팽나무 등이 공원 가장자리에 빙 둘러져 있다.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반원형의 의자가 세 군데에 배치되어 있다. 여름에는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줄 것 같아 벌써 시원하게 느껴진다.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들이 어우러져 있어 보기 좋았다.
맨발을 이용해 지압을 할 수 있게 자갈들이 공원 길 사이에 깔려있다. 이어 나무도 몇 군데 놓여 있고 대리석도 섞여 있다. 그 옆에는 원형모래구장이 있다. 요즘 어린이공원에서는 보기 드문 부분이었기에 소중하게 다가왔다. 모래 위에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원형모래구장은 지압 길 옆에도 있었고 운동기구가 있는 앞에도 있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 어른들이 운동기구를 이용하도록 위치가 적당했다.
옛날에 호박 대신 후박나무 껍질과 열매로 엿을 만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후박나무가 여기에도 있는데 줄기의 속살이 푹 파인 채 푸른 잎을 달고 있다. 나무 이름이 표기돼 있어 아이들이 무슨 나무인지 쉽게 알 것 같다. 동화책을 즐겨 읽은 아이들은 “후박나무야, 너 몸 안 아프니?”라는 걱정 어린 말을 해 줄 것 같다.
파고라가 조합놀이대 옆에 안정적으로 설치돼 있다. 어쩌다 보면 관리가 소홀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깨끗하게 보인다. 여기에서 특이한 것은 향나무이다. 마치 바람을 타고 몸이 날리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었다. 세 나무 모두 가지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하고 있어 신기했다.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려 고정한 것 같은 모습이다.
공원은 길쭉한 형태이지만 여기를 찾는 사람들은 둥그렇게 모여 앉아 무언가를 속삭일 것 같은 기분이다. 아이들만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 있어 무척 정감이 갔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마을 이름처럼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영산홍이 분홍색과 흰색을 평화롭게 피워 올리는 것처럼. 후박나무가 후덕한 마음을 지닌 것처럼.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