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호메이니와 하메네이의 나라
허를 찌르고 2026년 2월28일 오전 10시경 개시된 작전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상징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이란의 핵심 군사·정치 지도부가 한자리에서 사망했다. 이란은 즉시 과도 지도부를 구성했으나, 47년간 유지되어 온 신권 통치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고 프랑스 망명에서 귀국하면서 실권자가 된 ‘호메이니’는 그해 12월,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 새 헌법에 따라 종신직인 초대 최고지도자(라흐바르)에 취임했다. 호메이니가 지병과 노환으로 사망하면서 10년간의 통치가 끝났지만 그는 1980~1988년에 이라크와 전쟁을 했고 폐쇄적으로 국가를 운영해 발전시키지 못했다. 하메네이가 그 자리를 이어받아 최근에 제거될 때까지 약 37년간 독재 통치를 이어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란 사람들은 악몽과 고통을 버텨온 것이다.
석유 때문에 연명해온 이란 정부는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에 몰두했고 미국은 이를 막으려고 애써왔다. 핵 확산 방지, 이란의 대리 세력 억제, 그리고 에너지 공급망 보호를 위해 미국은 작전을 개시했고 특히 자국 국민들을 탄압해서 수만 명을 죽이는 정권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란의 신권통치를 무너뜨리면 이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밀어내고 무슬림의 미움을 산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에 앞장섰고 공을 세웠다. 미국이 작전개시 24시간 동안 1000여개의 표적을 정밀 타격하고도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것은 압도적인 정보기술과 정보전으로 이란의 방공망과 지휘부를 무력화시킨 때문이다. 작전개시 이전에 항공모함을 근처에 배치시키면서 협상을 요청했지만 이란은 응하지 않았다. 나는 이란이 곧 협상에 나올 것이라고 본다. 다만 누군가가 중재를 서고 미국은 이란에 명분을 주어야 한다. 협상이 지연되면 세계 경기가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약 20억명이 믿는 이슬람교는 수니파(Sunni)와 시아파(Shia)가 다툰다. 원수도 사랑하라는 종교인들이 서로 원수처럼 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체 무슬림의 약 85~90%인 수니파의 종주국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수니파는 이집트,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요르단, UAE, 카타르 등 대다수 이슬람 국가들이다. 시아파는 맹주인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예멘,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등과 헤즈볼라가 설치는 레바논이 있다.
이란과 오만이 나누어 관리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좁은 곳이 30여 ㎞인데 중동 석유의 수출길이고 세계 석유의 20%가 나가는 곳인데 이란은 이를 막아버렸다. 답답해진 것은 중동 산유국들이다. 이란을 일대일로의 중동 교두보로 삼아온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값싸게 석유를 수입해 왔다. 2021년, 중국과 이란은 향후 25년간 정치·경제·보안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대규모 협정을 맺었고 중국은 이란에 약 4000억달러(한화 약 540조원 이상)를 투자하고, 이란은 중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장기 공급하기로 했다. 중동의 석유에 대체재인 러시아의 가스는 구매요청이 늘 것으로 보인다. 전쟁비용에 힘든 푸틴은 즐거울 것이다. 그러니 시진핑이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나빠진 여론을 고려해 푸틴이 중재를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장기전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도 큰 부담이다. 이란은 이 점을 노릴 것이지만 양국 모두 국민의 저항이 변수다.
지금은 금식과 기도를 통해 영적 성찰을 하는 라마단 기간이다. 다가오는 3월21일은 새로운 날을 뜻하는 설, 노루즈(Nowruz)조. 그 전에 끝이 나 약 2주간의 연휴를 걱정 없이 즐기면 좋겠다.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층과 여성들은 비록 외세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신권통치가 종식되고 자유와 민주가 꽃 피기를 바랄 것이다. 중장년층과 서민들은 자유를 원하면서도 무서운 굶주림과 내전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폭격으로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유가가 요동치면, 당장 오늘 먹을 빵 값이 오르는 현실에 절망할 수도 있다. 오래가면 산유국 이란에 기름이 없어 모든 것이 정지될 수도 있다.
교민들을 대피시켰고 200일 분량의 비축량을 확보해 두고 있다는 우리나라도 유가 인상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이 사태가 오래가면 모두가 피해자다. 이란이 자유, 민주 국가가 되고 열심히 일하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오는 봄이여, 제대로 오시라!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