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9장 / 광명세상을 꿈꾸는 백성들 (138)
저를 비롯한 아홉 명의 마을 지도자들도 비록 마을에 대한 중요한 일을 논의하고 결정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어떤 보수도 따로 받지 않으며 여러분들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나이에 따라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존재할 뿐입니다. 조금의 의심도 가지지 말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십시오. 여러분들은 밝은 해가 뜨는 광명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늘 마을 모임에는 천동의 처가 유일하게 빠졌다. 그녀는 산달이 다 되어서 언제 아이를 출산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천동은 불안한 마음에 회의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서 제일 연장자인 정광 노인과 마을 대표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갔다. 나는 듯이 달려서 집에 도착했는데도 집 안이 조용했다. 천동이 의문을 가질 즈음 갑자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처인 옥화가 아이를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이 어미와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나직이 그녀를 불렀다.
“여보! 나요. 내 들어가리다.”
천동이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는 어미의 젖을 물고 힘차게 먹고 있었다.
“잘 보세요. 당신을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수고했어요. 산파도 없이 혼자서 아이 낳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소? 미안하오.”
천동은 평소와는 달리 그의 처인 옥화에게 공대를 하며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녀도 지아비의 그런 마음을 읽고 그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날렸다.
다시 밖으로 나온 천동은 권구줄(금줄)을 칠 준비를 했다. 곳간에 준비해 둔 고추와 숯과 솔가지를 왼쪽으로 꼬아서 만든 새끼줄에 달고 대문 앞에 내다 걸었다. 자신이 걸어놓은 권구줄(금줄)을 쳐다보니 가슴 한편에 꿈틀대는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아비가 된 사내들이라면 반드시 겪고 넘어가는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참으로 묘한 감정이었다.
천동은 마을에서 미역국을 가장 잘 끓이는 성수 아저씨의 처에게 부탁을 해서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였다. 그녀는 마을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천동에게 붙들려서 옥화에게 먹일 미역국을 끓였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아들처럼 좋아하는 천동의 처와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런 말 하지 말게. 나는 자네를 자식처럼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 옥화는 내 며느리고 아이는 내 손자야.”
성수 처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천동의 부탁을 받자마자 지아비인 성수의 생일날 주려고 했던 미역을 서슴없이 가지고 나와서 그것으로 산모에게 미역국을 끓여서 먹인 것이다. 성수 처는 천동의 손을 꼭 잡으며 어머니 같은 얼굴로 웃었다. 천동은 콧등이 시큰거렸다.
“아주머니….”
“그래, 내 아들.”
“어머니!”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