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시울산, 시민손으로!]아름다운 정원도시 울산, 시민 손으로 가꾼다
(1)태화강국가정원은 시민주도프로젝트 출발점
대한민국 국가정원은 순천만(제1호)과 울산태화강(제2호) 단 2곳 뿐이다.
울산 태화강은 바다를 낀 자연생태지구 순천만과 달리 백만 인구가 모여 사는 대도시 중앙에 자리한다.
후발주자이긴 하나 확실한 차이가 있다.
자연환경에 기반한 공원과 달리 도심 한 가운데 이처럼 큰 규모의 정원을 둔 도시는 울산이 아직 유일하다는 의미다.
태화강은 2019년 7월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자마자 단숨에 울산의 도시미래를 대표 할 문화관광콘텐츠 1위로 등극했다.
하지만 시민들 중에는 아직도 오래전 고착된 생태환경개념에서 태화강과 태화강국가정원을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않다.
110만 시민들의 삶터 한 가운데에 공공의 자산인 국가정원이 자리한만큼 이를 도시민의 시티라이프와 연계시켜 그 동안의 보존 위주에서 벗어나 제대로 조성하고, 관리하고,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절실하다.
이에 본보는 태화강국가정원에서 그 주변으로 정원문화를 확장시켜 나가는 여러가지 정책과 사업들을 소개한다.
또 이 같은 의미있는 시도가 태화강 뿐 아니라 울산 전역으로 넓혀지는 방안을 공유하고자 한다.
국가정원 즐기기 넘어 주변 정원 꾸미기에 도전
태화동주민회 주축 국가정원 인근 시민정원 조성
중구 정원 관련 조례 추진·북구 골목정원 꽃심기
동구도 현대중공업과 제1호 공동체정원 지정 앞둬
시, 내일 국가정원서 정원드림프로젝트 발대식 개최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 중에는 마당 한켠에 텃밭을 가꾸거나 화초를 심어서 본인만의 힐링정원을 가꾸는 이들이 많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도 마음만 먹으면 실내정원을 꾸밀 수 있다. 옥상정원은 기본이고 요즘은 벽면에 수직으로 키우는 화초재배법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이나 가족만을 위한 공간일 뿐이다.
요즘은 이같은 크고작은 정원공간을 공유하려는 흐름이 대세다.
특히 태화강국가정원 지정 이후 울산은 더 그렇다. 국가정원을 어떻게 체험하고 즐기는가에 머물지않고 국가정원 울타리를 너머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가꾸어 시민 누구나 팍팍한 일상에서 여유와 위로를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가 공공자금을 쏟아붓거나 시민사회단체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만으로는 어렵다. 단순하게 일회성 행사로는 가능할 지 모르지만 그 효과는 반짝하고 그칠 게 분명하다. 한두달 뒤에는 오히려 쓸모없는 쓰레기만 남을 수도 있다. 해결책은 이 도시에 발딛고 살아가는 시민 누구나 본인의 집과 골목, 더 나아가 동네와 마을을 손수 가꾸는 것이다. 그래야 내 것처럼 살뜰하게 관리하고 효과도 오래간다. 한마디로 시민 누구나 이 도시를 꾸미고 관리하는 시민정원사가 되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울산중구평생학습관에서는 시민정원사를 꿈꾸는 주민들이 한데모여 우리 사는 동네 한 귀퉁이를 어떻게 꾸밀 지 고민하는 자리(큰애기정원사 양성과정)가 마련됐다. 5개 모둠이 활동하는 이 프로그램은 태화강국가정원 바로 옆 태화동주민회가 주축이 돼 국가정원 옆 동네와 골목으로 정원공간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그 중 한 모둠에서는 큰애기 조형물(부조)을 앞세워 골목 어귀를 화단과 쉼터로 조성하고, 포토존까지 만들자고 제안했다. 화단을 만들 것인지, 대형화분을 놓을 것인지, 지저분한 전선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작은 의견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둠 회원 모두가 만족하는 단일안이 확정됐다. 오색버드나무와 라벤더를 심고, 대나무로 만든 울타리에 벤치까지 들어간 입면도를 완성해 이를 발표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총 5개 모둠이 제안한 태화강국가정원 옆 신기마을 정원조성 아이디어는 오는 7월9일 전문가와 함께하는 현장시공으로 완성된다.
한발 더 나아가 울산 중구는 주민들의 골목 및 마을정원 만들기 활동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만들기위해 울산지역 처음으로 ‘울산광역시 중구 정원문화 진흥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있다. 울산 중구에 자리한 태화들이 태화강지방정원에 이어 지난해 태화강국가정원이 됐지만 이같은 정원문화를 ‘태화동’에 국한하지말고 중구 전역으로 확산하는 법적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이재승 울산중구 공원녹지과 정원정책계장은 “큰애기정원사는 시범사업 성격이다. 본보기가 돼 긍정적 효과를 본 뒤에는 원도심, 혁신도시 등으로 사업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정원문화 바람은 중구 뿐 아니라 이미 5개 구군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6월 초에는 북구 농소3동에서도 마을주민 주도로 여름꽃 골목정원이 만들어졌다. 이 역시 자생단체 위주의 계절 꽃심기 행사가 아니라 마을주민들이 직접 장소를 선정해 꽃을 심고 관리하면서 일년내내 꽃피는 동네를 만들자는 취지다.
이같은 기초단위 정원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눈과 입을 통해 가까이에서 피부로 느껴지지만 보다 큰 틀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도 이미 예고됐다.
울산시는 12일 오후 2시 태화강국가정원 안내센터에서 정원드림프로젝트 발대식을 개최한다. 정원드림프로젝트는 북구 2곳(달천철장 옆 유휴부지, 천곡초등학교 앞 나대지)과 중구 3곳(달빛공원, 소바우공원, 돌방공원)을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에는 사업비를 지원하는 산림청이 동참하고, 울산시조경협회와 조경 관련 작가들, 주민단체 등이 실행단체로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산업수도 울산의 특성을 감안해 기업체가 참여하는 정원사업도 추진한다. 시는 ‘국가정원’ ‘민간정원’에 이어 울산 최초의 ‘공동체정원’ 지정을 염두에 두고 울산 동구와 현대중공업과 협의하는 중이다.
안효진 울산시 생태정원과 주무관은 “제1호 공동체정원은 현대예술관과 현대백화점동구점 사이의 현대예술정원이 제시된 상황이다. 태화강국가정원, 3개의 민간정원에 이어 이제는 첫 공동체정원 지정을 앞두고 있다. 기업체 참여로 도시 내 정원운영이 좀더 다채롭게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