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슬기로운 자원봉사 생활
‘1365’는 자원봉사를 대표하는 숫자다. 1년 365일 자원봉사라는 의미다. ‘1365’로 전화를 하면 가까운 자원봉사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최근 우리 일상에 가장 근접한 숫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36.5도의 체온일 것이다.
인간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원봉사의 이념은 사회라는 제도가 생긴 역사이래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365일 일상에 존재해 왔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자 교육법 제1조의 시작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이 인간 존중에서 시작하며, 이타주의, 인권, 공생, 복지, 평등 등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이 365일 36.5도의 체온으로 유지되고, 지역사회는 36.5도의 온기가 서로 맞닿을 때 365일 유지된다는 것은 기막힌 우연일까? 아니면 자연의 섭리일까?
얼마 전 큰 화제 속에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는 매 수술 전 ‘소중한 생명 꼭 살립시다’라고 다짐하는 의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감 있는 의사의 모습에서 특히 신종코로나로 생명과 일상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요즘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 n번방 사건, 아이가 여행 가방에 감금당해 사망한 일, 묻지마 폭행 등의 사건들을 위시해 정치·경제·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보면 매 순간 365일, 36.5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노력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이처럼 아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런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금의 사회에서 찾을 수 있는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인간 존중의 이념을 지닌 자원봉사이다. 오늘날 자원봉사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 만이 아닌 지역사회 전반의 문제해결을 위한 모든 행동이며, 시민의 사회적 책임이자 의무로 봐야 한다.
단지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의사로서의 슬기로운 생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슬기로운 생활이 필요하다. 슬기로운 생활은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에 쓰이는 주제나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된 통합 교과의 하나로, 사회 현상과 자연 현상을 통합적으로 조직하여 세상에 대한 탐구활동이 이루어지도록 구성된 교과를 말한다. 사회현상과 자연현상을 통합적으로 보는 탐구활동이라니! 단순히 초등학교 저학년만의 학습과정은 아닐 것으로 본다.
최근 신종코로나로 인한 등교수업 연기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생봉사권장시간이 축소된데 이어, 서울시가 올해 권장시간을 없앤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에 달린 다수의 댓글에서 의무적으로 권장된 학생봉사활동은 부모의 숙제로 치부되고 영구폐지가 옳다는 주장들을 보며 씁쓸했다. 우리는 ‘슬기로운 자원봉사 생활’을 통해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인간 존중의 가치를 실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신종코로나로 대면 봉사활동이 잠시 주춤하고는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영역의 비대면 자원봉사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자원봉사’는 우리 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365일 36.5도의 온기를 지켜나가는 실천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정보광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