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만에 겨우 문열었지만…국회 안갯속

1987년 개헌이후 최악 지각
통합, 文대통령에 항의 차원
의원 전원 검은 마스크 착용
여야 원구성 진통 앙금 여전
인사청문회부터 공방 전망
박원순 의혹 최대 쟁점될듯

2020-07-16     김두수 기자
제21대 국회가 검고 흰 마스크의 선명한 대비 속에 16일 오후 2시 개원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 무려 47일 만에 문을 연 것으로 1987년 개헌 이후 최악의 지각이다.

원 구성 진통 등으로 쌓인 여야의 앙금은 아직 남은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의원들이 착용한 마스크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하얀색 또는 하늘색 마스크를, 미래통합당 의원 전원은 검은색 마스크를 써 흑백 대조를 이뤘다.

통합당은 이날 개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회독재와 총체적 실정에 대한 항의’를 표시하고자 검은색 마스크와 ‘민주주의 붕괴’라고 적힌 규탄 리본을 사전에 준비했다.

국민의례와 국회의원 선서에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은 “코로나 방역, 경제 난국 등 국가적 위기 속에 개원이 늦어져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로 개원사를 시작했다.

박 의장의 개원사가 끝나자 하늘색 마스크를 쓴 문 대통령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아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의 입장 시 민주당은 물론 통합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검은색 마스크에 규탄 리본을 착용했지만,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에게 예를 갖춘 것이다.

연단에 오른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연설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시간 야당 의석에 시선을 고정했다. 31분간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민주당 의석에서는 19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으나 손뼉을 치는 통합당 의원은 없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자료에 시선을 고정한 가운데 같은 당 장혜영·류호정 의원은 간간이 박수로 연설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박 의장과 김상희 국회부의장, 여야 지도부와 등과 환담했다.

한편 국회가 이날 개원은 되었으나 여야는 당장 줄줄이 이어질 인사청문회에서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은 아들의 스위스 유학 등 문제가 제기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일찌감치 부적격 판정을 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반대 방침을 굳혀 격렬한 공방이 예상된다.

최대 쟁점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으로, 20일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와 서울시 진상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태도지만, 통합당은 청문회 소집과 특별검사 임명,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벼르고 있다. 김두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