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얌체 캠핑족에 대한 고찰

2020-07-20     정세홍

“답답합니다. 강제할 근거가 없어 자진철거해달라고 하는 것 말고는 딱히 대책이 없습니다.”

국내 캠핑 인구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지난 2011년 60만명에서 지난 2018년 600만명으로 100배 증가했다. 시장 규모도 2조원을 돌파했다. 바야흐로 캠핑의 전성기다.

특히 올해는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면서 여가시간을 쇼핑몰, 음식점 등의 실내시설 대신 바다나 산 같은 탁 트인 야외로의 선호가 뚜렷하다. 산과 바다, 강, 계곡 등 수려한 자연환경을 가진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한정돼 있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실제 카라반 등이 구비된 지역의 오토캠핑장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예약할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추가 지출도 감수하겠다는 인식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비록 온라인 추첨제라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예약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동구 주전동에 주전휴양지라는 무료 야영장이 있다. 지자체나 민간이 운영하는 다른 캠핑장과는 달리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고 있다. 온라인 예약이나 추첨도 전혀 없다. 먼저 자리를 잡아 텐트를 쳐 놓으면 그만인 곳이다. 소위 요즘 시국에 탁 트인 야외로 가고는 싶은데, 캠핑장 예약은 힘들고 마땅한 곳이 없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일 테다.

문제는 노력해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대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이만큼 편한 곳도 없다.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몸만 방문해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그대로 집으로 가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일에는 인기척 없는 텐트가 빼곡하다. 심지어 일부 이용객들은 잠깐 와서 지인과 수다를 떨며 음료를 마시고는 그대로 자리를 뜬다. 개인 카페가 따로 없다.

공공장소가 일부 몰지각한 얌체 캠핑족들 탓에 사유화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놔두고 그냥 가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는 항의가 자연스러운 상황이 됐다. 이용하고 싶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전휴양지 반대편 공원부지와 하천부지까지 영역을 넓혀 텐트를 친다. 쳐놓고 철거하지 않는 건 똑같다. 이마저도 사유화되고 있는 셈이다.

관할 지자체인 동구가 “우리 땅이 아니라서 관리 한계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하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무료니까 이렇게 해도 된다’는 시민의식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며 손 놓고 있으면 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진 않는다.

다행히 땅 소유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해당 부지에 대한 입찰공고를 내고 유료화로 전환키로 했다. 해당 부지 운영권을 민간입찰로 변경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용료가 무료라고 해서, 공공장소를 나 혼자만 써도 되는 건 아니다. 하루 빨리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시민들이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냈으면 한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