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나다움, 어렵다!

2020-07-21     이재명 기자
지난주 화요일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모 보안회사의 도움을 받아 학교 전 구역에 대해 몰래카메라를 탐지하는 작업을 했다. 다행히(?)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지만,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2020 교육주체 참여 원탁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 주제 중 하나가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교원의 성인지 감수성 높이기’였는데,‘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가 쉽지 않더라는 토론 결과 발표를 들으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지난 주말, 여럿의 법조인이 출연하여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을 보았다. ‘내가 가장 가치를 두는 헌법 조항이 있다면?’이 이들에게 주어진 공통 질문이었는데, 전직 대법관도,현직 판사와 변호사도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를 꼽았다. 그 누구도 타인의 어떠한 수단으로 취급받고자 태어난 것은 아니겠기에, 다 똑같이 존엄한 인간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어도 평등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변호사의 첨언이 마음을 울렸다.

현재를 두고 여권(女權)이 신장한 시대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화장실마저도 마음 편히 가지 못하는 무서운 시대이다.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샀고,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초등학교 교사의 부적절한 성적 표현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남 지역 학교 화장실에서는 몰래카메라가 잇따라 발견되었고,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의 성 관련 범죄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로 ‘교육공동체 성인지 교육 강화 대책’을 담은 공문이 내려왔다. 전 교직원 대상 성희롱 실태 설문조사와 집중 연수가 실시되었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과 양성평등교육이 진행 중에 있다. 물론 학부모 인식 개선을 위한 학부모 성인지 역량 강화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어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이 같은 단어로 성적으로 괴롭히는 단계들을 나누어 놓는다고 해서 만연한 성폭력과 성차별,혐오의 고리가 저절로 끊기지는 않을 터,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하는 방향으로의 성교육 패러다임 전환은 꼭 필요하다. 나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 습관을 만드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성별의 ‘차이’보다는 ‘다름’에 집중하여 나와 남을 긍정하고 다양성과 공존을 지향하는 자세, 이는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바와 다르지 않을 것이고, 울산광역시교육청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 존중의 미래 준비 교육과도 상통할 것이다.

“다르니깐 멋있는거야!” “나는 나야! 넌 그대로 충분해!”

학교에서 양성평등교육을 받았는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퇴근하는 나를 앞에 세워두고 뜬금없이 외친다. 나는 대견함과 안쓰러움이 반반인 감정 상태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남자다움, 여자다움이라는 고정된 생각에서 벗어나 ‘나다움’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손규상 천상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