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CEO 유형

2020-07-22     이재명 기자
권오현 저자의 <초격차>에서는 리더 유형에 대하여 4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똑게’와 ‘똑부’ ‘멍게’와 ‘멍부’라고 이름하여 소개하고 있다. 각 유형에 대하여 설명을 붙이면 ‘똑게’는 ‘똑똑하고 게으른 지도자’, ‘똑부’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 ‘멍게’는 ‘멍청하고 게으른 지도자’ ‘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지도자’를 뜻한다. 저자는 나열한 순서대로 유능한 지도자라고 소개하며 가장 유능한 지도자상은 ‘똑게’이며 최악의 유형은 ‘멍부’라고 한다. 얼핏 보기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왜 게으른 지도자보단 부지런한 지도자가 좋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경영자는 시간이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경험을 많이 하고 주변 경영자들로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데 어떻게 게으를 수 있단 말인가. 회사의 돌아가는 제반 사항을 꿰뚫어야 하고 외부 고객들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며, 문제가 발생하는 징조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며, 직원들의 심리, 사기(士氣), 능률, 분열 기타 등등을 파악하지 않고서 어떻게 경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먼저 ‘멍부’가 최악의 지도자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멍청하고 게으른 지도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정을 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기 때문에 결정 이후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이라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멍청하고 부지런한 지도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린 뒤 바로 실행해 버리기 때문에 바로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악의 지도자 유형이라 한다. 그럼 ‘똑부’가 ‘똑게’보단 좋을 것 같다. 올바른 결정을 바로 실행까지 옮기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해본다. 그런데 왜 저자는 ‘똑게’가 가장 좋은 지도자 유형이라고 할까?

‘똑부’는 본인은 유명해지지만, 회사와 조직 발전에는 이득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도 지도자가 모든 업무를 챙기고 관리하다 보면 직원들이 은근히 지도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을 본다. 잘 돼도 경영자 몫, 못 돼도 경영자 몫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직원들은 의욕을 가질 수 없다. 해보고자 하는 열정도, 사기도 저하되는 경향을 볼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더 큰 문제는 바로 좋은 리더가 배출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위 사례를 볼 때 책임감 없고 성취감을 느껴보지 못하고 자란 임직원이 어떻게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로 자랄 수 있을까? 모든 결정을 ‘똑부’가 다 해버리면 중간 관리자들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연습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다.

분명 인력도 자본도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똑부’와 같이 일해야 한다는 것에 나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인재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일 또한 경영자로선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하는 것이 너무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운다. “완벽하다는 건 무엇 하나 덧붙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생텍쥐페리)” 양희종 ITNJ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