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26)]정암사 수마노탑

2020-07-23     경상일보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 제332호 승격을 축하합니다.’

태백을 지나 고한에 들어서면서 보이던 현수막이 정암사까지 죽 이어졌다. 강원도 정선은 흥성흥성 축제 분위기였다. 지난 7월10일에는 비가 내린 가운데 국보지정서를 전달하는 축하 기념식이 열렸다.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가져와 창건한 고찰이다. 이곳에는 자장율사와 문수보살의 유명한 설화가 전해져 온다. 자장율사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문수보살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입적하고 만다. 그런 안타까운 이야기 때문에 일주문을 들어서면 내 전부를 낮추어야만 했는데 오늘은 다르다. 국보 승격을 축하하는 표지물들이 도량을 가득 채워 후끈 열기마저 느껴진다.

수마노탑은 높은 암벽위에 조성되었다. 절 마당에서 보면 허공에 매달린 듯, 도리천을 향해 오르는 듯 부처님의 나라는 아스라하게 높다. 자장율사의 불심에 감화된 서해 용왕이 준 마노석을 배에 실어 와 세운 불탑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설화와 달리 탑은 마노석이 아니다. 백운석이라는 돌로 만들어졌다. 이 돌을 벽돌모양으로 잘라 쌓은 모전석탑으로 고려시대에 건립되었다. 적멸보궁은 진신사리가 모셔진 이 수마노탑을 향해 다소곳하게 놓여있다.

적멸보궁 뒤편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른다. 숨이 가빠오기 시작할 때 쯤 나무 사이로 균형 잡힌 탑이 순간 모습을 드러낸다. 기단부와 칠층에 이르는 탑신부, 그리고 청동제 상륜부까지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높이 9m에 이르는 수마노탑은 지붕돌 모서리마다 가지런히 풍경이 달려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청량한 소리를 낸다. 국보로 승격되고 보니 위엄마저 서려 오래 우러러본다. 다보탑이나 석가탑처럼 ‘수마노탑’이라는 온전한 이름을 가진 것만으로 국보의 가치는 충분하다.

‘숲과 골짜기는 해를 가리고 멀리 세속의 티끌이 끊어져 정결하기 짝이 없다’하여 정암사다. 수마노탑이 서 있는 곳에서 내려다보니 절집은 이름 그대로 고요하고 정갈하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