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칼럼]문화복지시대에 걸맞은 공공부지 활용 로드맵 필요
장기적으로 공공부지 발생 예측하고
울산에 필요한 문화복지시설 파악후
우선순위·규모 등 장기계획 수립해야
현대사회의 2대 키워드는 문화와 복지다. 문화와 복지를 융합한 문화복지는 시대정신(Zeitgeist)이다. 도시의 문화지수가 곧 정주(定住)만족도이기 때문이다. 방귀희 박사는 <문화복지의 이해>에서 “사회적 피곤을 풀기 위해 인문학을 기초로, 개인은 인생의 목표를 부(富)에서 삶을 성숙시키는 문화(文化)로 바꾸고,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깔아주는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라고 했다. 울산이 공업도시로 급성장한 지 60여년에 접어들면서 오래된 공공시설들이 하나둘 이전 또는 철거되고 있다. 공공시설이 빈집 또는 빈터가 되어 지역주민들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 위치는 대개 도심 한가운데다. 지방정부는 접근성이 뛰어난 이들 공공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많은 경우 경제적·정치적 이유로 복지의 관점에서만 단편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때론 국비 확보를 명목으로 정부 정책을 좇다보니 지역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금싸라기땅을 허비하기도 한다.
울산시는 남구 옥동에 자리한 옛 울주군청 부지에 16층짜리 2개 건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160가구의 공공임대주택과 옥동주민센터, 돌봄·육아공간, 도서관, 전시실, 상설공연장, 공공어린이집 등으로 채워진다. 남구 신정동에 있는 종하체육관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종하체육관은 울산토박이들에게 체육행사는 물론이고 음악 공연까지 제공했던 추억의 문화공간이다. 울산시는 이곳도 공공임대주택을 겸한 스포츠문화주거시설을 염두에 두고 타당성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중부소방서가 이전하면서 중구 원도심에도 또하나의 금싸라기 빈터가 생겼다. 부지 활용에 대해 수년동안 논란이 있었으나 지난해 울산시는 청소년문화회관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들 공공부지가 임대주택과 청소년시설이 돼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다운동에 대규모 보금자리주택도 계획돼 있고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도 완공돼 개관을 기다리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특정분야의 공급과잉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이들 시설도 문화복지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울산이 문화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문화시설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드물게 나타난 공공부지가 아니던가.
울산지역 최고의 공공문화시설은 문화예술회관이다. 이 공간만으로도 행복한 시절이 있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그저 시민들의 소소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시민회관에 불과한 수준이다. 구·군 문예회관도 마찬가지다. 이들 시설로는 세계 곳곳의 문화시설을 답사한 울산시민들의 문화적 수준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 서울과 부산으로 ‘문화원정(遠征)’을 가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방 박사는 “문화와 복지가 융합된 문화복지정책을 마련해 사회규칙만 잘 지키면 자신의 삶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우리사회의 모든 제도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인 사회권이 보장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문화적 자극은 창의성의 원천이자 도시의 미래다. 문화복지가 충족되지 않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앞으로도 빈 공공부지는 적잖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초등학교, 농수산물도매시장, 남구문화원 등이 예고돼 있다. 이 밖에도 10년, 20년, 장기적으로 도심 한가운데 어떠한 공공부지가 발생할 것인지 예측해서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울산에 꼭 필요한 공공 문화복지시설이 무엇인지, 그 시설들의 우선순위와 적절한 규모에 대한 계획안 수립도 필요하다. 이들 공공부지를 활용해 문화시설로 차례로 완성해가는 것만으로도 문화복지시대가 머지않다. 울산의 문화복지시대를 여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