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부동산 대책, 주거복지 차원에서
보편적 복지지향 주거지원 정책
변화하는 수요자 요구에 발맞춰
질적 수준까지 고려해 추진돼야
요즘같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성인 두세명만 모이면 ‘어디가, 얼마나 올랐는지’ 부동산 가격을 이야기하곤 한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전해들으면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평균적인 근로임금으로는 구입이 불가능해 보이는 금액이다. 정부는 부동산 구매가 투기로 변질될 수 있음을 우려하여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몰두하여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그들은 부동산 대책이나 세제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불편하고 위험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들은 그나마 살고 있는 공간에서 재개발이나 주인의 사정 등으로 언제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만 높아가고 있다. 턱없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의 조건인 주거 안정성에 위협받는 계층에 대한 관심도 함께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주거환경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외부체계에 영향을 받기 쉬운 아동의 경우 더욱 영향을 받게 된다. Bartlett(1998)는 부적절한 주거환경은 특히 아동의 긍정적인 발달을 저해하고 불리함(disadvantages)을 영속시킨다고 한다. 주거환경의 개선은 아동의 가족관계, 교우관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고, 아동의 우울이나 폭력적인 심리상태가 안정되어 행동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때 주요한 변수는 가족 구성원 수에 맞는 적절한 주거공간의 확보와 아동에게 독립된 주거공간의 제공, 즉 주거의 양적 제공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탄한 주거복지제도를 통해 주거취약계층을 줄이는 것이 곧 건강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길임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사회복지 영역은 확대되고 있고 주거도 사회복지의 영역에 포함됐다. 오도영 등은 우리나라 주거복지정책이 1980년대 후반 영구임대주택을 포함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시작으로 1990년대 말 국민임대주택제도 도입,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에 따른 주거급여제도의 도입, 2005년 기존 주택매입임대 및 전세임대제도의 도입, 2014년 주거급여제도의 확대 개편 등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주장한다.(2015)
최근 우리나라의 주거정책 패러다임은 보편적 복지를 표방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주거복지정책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거복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이수형 외, 2020). 국토부는 올해 공적주택 21만호를 공급해 OECD 평균 수준인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8% 달성을 추진하고 2025년에는 재고율이 OECD 10위권(10%) 이내로 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주거복지를 위해 절대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다음 과제는 이에 더해 수요자의 욕구 중심, 주거공간의 질적 수준 향상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의 보편적 복지라는 측면에서 주거복지가 다루어져야 하며 장기적인 정책과 함께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비좁은 쪽방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해 무더운 여름을 나야 할 우리 이웃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끝없는 공방을 벌이는 사이 자칫 취약계층이 더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으면 한다.
이순영 춘해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