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아트페어 개최를 기대하며

시민들에겐 다양한 미적체험 기회
신진 작가에겐 등용문인 아트페어
컨벤션센터 개관 맞춰 개최 기대

2020-07-29     경상일보

울산은 6대광역시 중에 유일하게 아트페어가 개최되지 않는 도시이다. 울산미술계는 2000년대 이후 양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지역의 미술대학은 한곳에 불과하고, 대학 졸업 후 지역에서 작품 활동에 정진하며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 상업화랑의 역할도 여전히 미미하다. 울산의 작가들은 지역 여건 부족으로 타 지역과 수도권을 통해 작품의 발표와 판매를 해야하는 실정이다. 지역에 아트페어와 같은 미술시장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는 IT, AI 등 엄청난 정보와 속도를 기반으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거의 간섭받지 않은 인문학 분야와는 환경과 속성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배치된다. 그만큼 미술이 대중의 관심을 갈수록 유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오늘 날 현대미술을 대표하고 미술계 미래를 전망해볼 수 있는 축제를 꼽자면 크게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로 대별할 수 있다. 비엔날레는 기획력 있는 실험적 전시를 선보이며 2년 간격으로 열리는 미술행사다. 예술문화의 경향과 흐름을 보고 문화행사 및 프로젝트 등의 참여를 통해 예술의 발전과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아트페어는 미술품 견본시장이다.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며 시대의 트랜드와 미술시장의 주목받는 작가들을 살펴볼 수 있다.

울산에서도 올해 12월 컨벤션센터가 개관하면 아트페어가 열려야 할 것이다. 아트페어는 화랑이나 화상, 콜렉터 등이 주도하여 거래의 장이 되지만 경주나 김해처럼 중소도시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아트페어를 열기도 한다.

2015년 울산 아트페어가 개최된 적이 있었다. 컨벤션이 없어서 공개홀에서 진행하다보니 규모나 내용에서 아트페어라는 명칭에 걸맞은 행사가 되지 못했고 단발성 행사로 끝이 났다. 시장이 없는 미술은 성장발전에 한계가 있으며 작가의 성장에도 제약이 있다. 작가가 직접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통 전문가를 통해 거래되는 공개된 미술시장이 점점 필요해지고 있다.

아트페어는 다양한 미적체험을 할 수 있는 미술 박람회이기도 하지만 울산미술인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기도 하다. 화가는 분명 붓을 든 노동자다. 하지만 울산은 미술시장이 없다보니 미술작품 제작을 고매한 취미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어 좋은 작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예술은 돈과 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이해되기 힘든 얘기를 예술인들 앞에서 가르치듯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누구보다 새로운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화가이다. 노동의 가치도 그만큼 크다. 미술작품의 거래가 부자들이나 하는 사치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도 아트페어는 필요하다.

아트페어에는 지역미술인은 물론 국내·외의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다. 지역의 신진작가의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지역 미술가들의 다양한 현대미술 교류의 장이 되어 울산아트페어를 시작으로 전국과 서울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제공되는 것이다.

미술애호가들에게는 문화향유의 기회가 되며 작가와 교류의 경험도 가질 수 있다. 한곳에서 수준 높은 다양한 미술품들을 한꺼번에 감상하는 기회도 갖게 된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작품 구입도 할 수 있다. 시민들과의 문화적 소통으로 예술대중화도 가능해진다.

울산아트페어의 개최로 울산은 프리미엄급 미술시장 구축하게 된다. 작품 판매를 통해 미술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며, 미술시장의 활성화로 전시산업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외지의 콜렉터들과 미술애호가들이 방문하게 되므로 울산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지역 미술계의 숙원이었던 시립미술관이 내년에 개관한다. 아울러 전시컨벤션센터와 같은 곳에서 대규모 아트페어가 개최된다면 울산에도 건전한 미술생태계가 갖추어질 것이다. 아트페어는 분명 울산시가 지향하는 문화도시로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봉석 울산미술협회 회장